강원도 원주 상지대 총학생회 간부들이 13일 오후 이 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지난해 8월 학교로 복귀한 김문기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학교 관계자들에게 제지당하고 있다. 원주/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재학생들 졸업식서 사퇴촉구 펼침막
졸업생들 “큰 짐 진 후배들에 미안”
졸업생들 “큰 짐 진 후배들에 미안”
“선배님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김문기가 주는 졸업장을 받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김씨 퇴출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김문기씨가 지난해 8월 상지대 총장으로 복귀한 뒤 열린 첫 졸업식 행사장에 재학생들이 건 펼침막 내용이다. 13일 오후 강원 원주시 상지대 체육관에서 열린 ‘2014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김씨가 인사말을 시작하자 2층 객석에 김씨 사퇴를 촉구하는 펼침막이 내걸리면서 조용했던 졸업식장이 술렁였다.
학교 직원들이 펼침막을 뺏기 위해 몰려들면서 이를 막는 학생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고 큰 소리가 오갔다. 또 학생들은 ‘김문기는 사퇴하라’고 적힌 유인물을 뿌리며 김씨의 인사말을 막기 위해 단상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재학생 전종완씨는 “상당수 졸업생이 김씨가 주는 졸업장에 거부감을 밝혀 이를 알리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졸업식을 지켜보던 일부 학부모와 졸업생 등은 학생들이 나눠준 ‘김문기는 사퇴하라’고 적힌 유인물을 펼쳐 들고 학생들에게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졸업생 전아무개(24·여)씨는 “김씨 사퇴라는 큰 짐을 후배들에게 남기고 떠나게 돼 미안할 뿐이다. 상지대 문제를 학생들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교육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학부모는 “상지대가 문제가 많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재학생들의 기습시위에 졸업생들이 저렇게 호응하는 걸 보면 학교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졸업식장 밖에는 김씨 반대에 앞장서다 학교 쪽으로부터 무기정학 처분을 받아 졸업을 못 하게 된 윤명식 전 상지대총학생회장이 졸업 가운을 갖춰 입고 ‘김문기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윤명식 전 상지대총학생회장은 “부당 징계 철회와 김씨 퇴진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학교 현안 문제 등에 대해 학생들이 의사 표명을 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김 총장 취임 이후 생긴 문제가 아니라 취임 이전 개인(김문기 총장)의 과거(사학비리 전력)를 가지고 (졸업식장에서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원주/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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