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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흔적 찾으며 ‘올레 정신’ 깨달았죠”

등록 2015-03-04 20:32수정 2015-03-09 10:47

이유미씨. 사진 이유미씨 제공
이유미씨. 사진 이유미씨 제공
‘규슈 올레길’ 창안한 이유미씨
‘자연 속에 있는 길을 찾아내라. 나무 한 그루도 함부로 뽑지 마라. 아스팔트로 된 길은 최대한 피해라.’

이유미(36·사진)씨가 지난 4년 동안 일본 규슈에서 길을 찾아다니며 깨닫게 된 ‘올레 정신’이다. 이씨는 한국인에게 주로 온천관광지로 알려진 규슈에 제주올레를 본뜬 규슈올레길을 만들고 있다.

이씨는 2004년 8월 일본인 남편과 결혼해 규슈 후쿠오카현에서 살고 있다. 2005년 5월부터 규슈관광추진기구 해외유치부에서 실무자로 일하고 있다. 규슈관광추진기구는 규슈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규슈의 7개 현과 민간단체들이 함께 설립한 단체다.

그가 규슈에 올레길을 만들겠다고 처음 생각했던 때는 둘째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중이던 2010년이었다.

“육아휴직 기간에 쉬엄쉬엄 새로운 여행테마를 찾다가 우연히 인터넷 검색으로 제주올레를 알게 됐어요. 제주도에 대해선 어릴 적에 몇 번 갔던 어렴풋한 기억밖에 없었지만 ‘가족과 함께 걸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제주올레와 같은 길을 규슈에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제주올레’와 협약 맺고 조언 받아
막대기 하나 들고 덤불 속 들어가
끊긴 길 탐색하며 2000㎞넘게 걸어
규슈올레 177.4㎞ 15개 코스 탄생
“길은 사람을 이어주고 치유해줘”

그는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뒤 2011년 5월 제주올레를 만든 사단법인 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와 처음 접촉했다. 막연하게 “규슈에 제주올레와 같은 길을 만들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논의 끝에 2011년 8월 제주올레는 규슈관광추진기구가 규슈올레를 만드는 데 자문을 해주고 길 표시 디자인을 제공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씨가 지역 주민, 공무원과 함께 규슈의 길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등산복과 등산화를 샀다. 처음에는 관광지나 경치가 좋은 곳을 잇는 코스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씨가 제안한 코스에 대해 제주올레는 “올레 정신이 들어 있지 않다”며 번번이 ‘퇴짜’를 놨다.

아스팔트로 된 길을 피해서 끊어진 길, 사라진 길을 찾기 시작했다. 동네 주민에게 지금은 이용하지 않는 흙길이 있는지를 묻고 다녔다. 주민, 공무원, 제주올레 사람들과 함께 막대기 하나를 들고 덤불로 들어가 길의 흔적을 찾았다. 지금까지 길을 찾아 걸은 거리가 2000㎞가 넘는다. 이렇게 해서 전체 길이 177.4㎞인 규슈올레 15개 코스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11월까지 규슈올레를 찾은 사람은 9만7380명인데, 한국인 비율이 63.8%로 가장 높다.

그는 길을 내면서 자연스럽게 ‘올레 정신’을 알게 됐다. 지난달 28일 개장한 규슈의 15번째 올레 아마쿠사·레이호쿠 코스를 걷던 이씨는 땀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산과 바다, 마을을 따라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게 되더군요. 길이 사람을 이어준 거죠.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튼튼해지고 치유되는 느낌도 받아요. 규슈관광추진기구는 규슈에 모두 30개의 올레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규슈/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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