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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지팡이 4천개 만들어 노인들에게 나눠준 70대

등록 2015-03-15 15:38수정 2015-03-16 20:40

퇴직 공무원 설재천씨 ‘노인 건강 봉사의 집’ 열어
지팡이 재료 찾으러 다니다 산속에서 고생하기도
설재천(74)씨.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설재천(74)씨.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기관·단체들이 요구한 수백개의 지팡이가 필요도 없는 사람들에게 지급돼 버려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봉사 활동을 인정받아 10여년 전에 받은 상에 대한 보답을 위해서입니다.”

지난 16년 동안 지팡이를 만들어 노인들에게 무료 제공해온 설재천(74)씨가 전북 전주시 서완산동 자신의 집에 ‘노인 건강 봉사의 집’을 최근 연 이유다. 이곳은 65살 이상의 노인에게 그가 고생해 만든 지팡이·지압봉·지압대(40㎝ 가량)를 제공한다. 또 성인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엄나무 등 구할 수 있는 약재 16가지도 나눠준다.

전주시 삼천2동장을 마지막으로 1998년 퇴직한 그는 이듬해인 1999년부터 지팡이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제작한 지팡이는 약 4000개. 그는 이 일을 하면서도 무의탁 노인들에게 목욕 봉사도 펼쳤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2000년 ‘전주시민의 상’을 수상했다.

그가 지팡이 봉사활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고 최은순 할머니가 채소 장사를 하며 평생 모은 돈 3억9000만원을 전북대학교에 기증한 소식을 접하고서다. 수석에도 관심이 큰 그가 산과 강을 찾아다면서 봉사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지팡이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지난해부터는 혈액 순환에 좋은 지압봉·지압대를 만든다.

지팡이를 만들려면 산에서 재료를 구하고 껍질을 벗겨 다듬어 니스칠을 해야 한다. 어려운 점은 재료를 구하는 일이다. 그의 이마에는 산에서 찢긴 흉터가 남아 있다. 2003년에는 산골짜기에서 낭패를 당했다. 비가 많이 온 날 차바퀴가 진흙탕에 빠진 것이다. 4㎞ 가량 떨어진 마을의 주민 도움으로 차를 경운기로 끌어냈다.

일주일에 3~4회 산을 찾는 그는 자신의 활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우스울지 몰라도 항상 떳떳하고 즐겁다. 등단하지는 않았으나 시집 5권도 냈다. “‘어떻게 공무원 출신이 이런 봉사를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공무원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인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습니다. 후배 공무원들이 공복답게 나눔을 많이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를 계속 하겠습니다.”

박임근 기자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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