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년 동안 지팡이를 만들어 노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해온 설재천(74)씨가 최근 ‘노인건강 봉사의 집’을 열었다.
지팡이 무료 제공 16년째 ‘노인건강 봉사의 집’ 연 설재천씨
“기관·단체가 요구한 수백개의 지팡이가, 필요도 없는 사람들에게 지급돼 버려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또 10여년 전 봉사 활동을 인정받아 상을 받았는데, 그에 대한 보담의 의미도 있습니다.”
지난 16년 동안 지팡이를 만들어 노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해온 설재천(74)씨가 최근 ‘노인건강 봉사의 집’을 연 이유다. 전주시 서완산동 자택인 이곳에서는 65살 이상의 노인에게 손수 만든 지팡이·지압봉·지압대를 지원한다. 또 성인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엄나무 등 구할 수 있는 약재 16가지도 나눠준다.
전주시 삼천2동장을 마지막으로 1998년 퇴직한 그는 이듬해부터 지팡이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약 4000개. 그는 무의탁 노인들에게 목욕 봉사도 펼쳤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2000년 ‘전주시민의 장’을 받기도 했다.
그가 지팡이 봉사 활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고 최은순 할머니가 채소 장사를 하며 평생 모은 돈 3억9000만원을 전북대에 기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다. 지난해부터는 혈액 순환에 좋은 지압봉·지압대도 만들고 있다.
지팡이를 만들기 위해 그는 산을 헤매며 재료를 구하고 껍질을 벗겨 다듬은 뒤 니스칠을 한다. 그의 이마에는 산에서 찢긴 흉터가 남아 있다. 2003년에는 비가 많은 오는 날 산골짜기에 들어갔다가 차바퀴가 진흙탕에 빠지는 낭패를 겪기도 했다. 4㎞가량 떨어진 마을 주민 도움으로 차를 경운기로 끌어냈다.
일주일에 3~4회 산을 찾는 그는 ‘자신의 활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우스울지 몰라도 항상 떳떳하고 즐겁다’고 말한다. 등단하지는 않았으나 시집도 5권 냈다. “‘어떻게 공무원 출신이 이런 봉사를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공무원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인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습니다. 후배 공무원들이 공복답게 나눔을 많이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를 계속 하겠습니다.”
전주/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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