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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공무원이 그런 봉사도 하냐고들 묻는 이유가 씁쓸”

등록 2015-03-16 19:06

지난 16년 동안 지팡이를 만들어 노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해온 설재천(74)씨가 최근 ‘노인건강 봉사의 집’을 열었다.
지난 16년 동안 지팡이를 만들어 노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해온 설재천(74)씨가 최근 ‘노인건강 봉사의 집’을 열었다.
지팡이 무료 제공 16년째 ‘노인건강 봉사의 집’ 연 설재천씨
“기관·단체가 요구한 수백개의 지팡이가, 필요도 없는 사람들에게 지급돼 버려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또 10여년 전 봉사 활동을 인정받아 상을 받았는데, 그에 대한 보담의 의미도 있습니다.”

지난 16년 동안 지팡이를 만들어 노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해온 설재천(74)씨가 최근 ‘노인건강 봉사의 집’을 연 이유다. 전주시 서완산동 자택인 이곳에서는 65살 이상의 노인에게 손수 만든 지팡이·지압봉·지압대를 지원한다. 또 성인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엄나무 등 구할 수 있는 약재 16가지도 나눠준다.

전주시 삼천2동장을 마지막으로 1998년 퇴직한 그는 이듬해부터 지팡이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약 4000개. 그는 무의탁 노인들에게 목욕 봉사도 펼쳤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2000년 ‘전주시민의 장’을 받기도 했다.

그가 지팡이 봉사 활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고 최은순 할머니가 채소 장사를 하며 평생 모은 돈 3억9000만원을 전북대에 기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다. 지난해부터는 혈액 순환에 좋은 지압봉·지압대도 만들고 있다.

지팡이를 만들기 위해 그는 산을 헤매며 재료를 구하고 껍질을 벗겨 다듬은 뒤 니스칠을 한다. 그의 이마에는 산에서 찢긴 흉터가 남아 있다. 2003년에는 비가 많은 오는 날 산골짜기에 들어갔다가 차바퀴가 진흙탕에 빠지는 낭패를 겪기도 했다. 4㎞가량 떨어진 마을 주민 도움으로 차를 경운기로 끌어냈다.

일주일에 3~4회 산을 찾는 그는 ‘자신의 활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우스울지 몰라도 항상 떳떳하고 즐겁다’고 말한다. 등단하지는 않았으나 시집도 5권 냈다. “‘어떻게 공무원 출신이 이런 봉사를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공무원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인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습니다. 후배 공무원들이 공복답게 나눔을 많이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를 계속 하겠습니다.”

전주/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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