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케이티앤지(KT&G) 등 업체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현직 국세청 공무원 6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세무 컨설팅 용역을 가장해 업체와 공무원들이 서로 합의해 금품과 향응을 주고받은 신종 수법을 사용했다.
인천지검 외사부(부장 최용훈)는 뇌물수수 혐의로 박아무개(60)씨 등 서울지방국세청 전·현직 공무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박씨 등은 2009년 8∼11월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에서 한팀으로 근무하며 KT&G와 한 패션업체를 세무조사하다 이들 업체로부터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각각 1억1800만원과 1억600만원 등 총 2억2400만원을 받아 나눠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한 명당 1350만∼8850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KT&G 전 재무담당 실장 김아무개(56)씨와 패션업체 대표 최아무개(48)씨 등 3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KT&G 등 업체들은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 한아무개(45)씨와 거짓 세무 컨설팅 용역계약을 맺고, 한씨는 용역비를 받아 박씨 등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와 한씨를 연결해주는 등 범행을 주도한 전 서울지방국세청 공무원 정아무개(53)씨는 2013년 다른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돼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검찰은 ‘회사 내부의 세무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상사를 협박해 5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로 지난 2월 구속 기소된 KT&G 전 직원(45) 사건을 조사하던 중 박씨 등의 혐의를 파악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세무 컨설팅 용역을 가장해 업체와 공무원들이 서로 합의해 금품과 향응을 주고받은 신종 수법”이라며 “실제 세금이 얼마나 감면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천/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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