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오산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3일 식목일을 앞두고 학교 운동장 주변에 나무를 심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3명씩 짝을 이뤄 살구·자두·매실나무 20그루를 심었다.
전북 ‘도시·농촌학교 공동통학구’ 1년
전북 남초등학교 한때 폐교 위기
어울림학교 지정 뒤 전학생 늘어
수업 즐겁다” “분위기 좋다” 입소문
23곳 운영…설문서 “긍정적 변화”
전북 남초등학교 한때 폐교 위기
어울림학교 지정 뒤 전학생 늘어
수업 즐겁다” “분위기 좋다” 입소문
23곳 운영…설문서 “긍정적 변화”
제과·제빵사가 꿈인 전북 익산시 오산면 남초등학교 이주원(5년)양은 요즘 학교에 가는 게 행복하다. 이양은 지난해 3월 도시지역인 익산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농촌 학교로 전학왔다. 이양은 토마토와 배추 등 채소를 가꾸는 데 재미를 느끼고 있다. 또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를 먹으니 밥맛도 좋다. 학급 학생 수가 8명에 불과해 학습 분위기가 전에 다니던 학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에 든다.
축구 선수가 꿈인 이 학교 이시원(5년)군도 넓은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공을 찰 수 있어서 기쁘다. 혁신학교를 다니던 이군은 학교가 너무 멀어서 이 학교로 전학 왔다. 박은수(6년)군도 동생 2명과 함께 이 학교에 다닌다. 박군은 “반 학생 수가 4명이어서 모두 친해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남초등학교의 전교생 수는 3월 말 현재 61명이다. 학년당 4~14명씩이다. 전교생이 2013년 25명, 지난해 52명이었다. 공동통학구제인 어울림학교로 지정돼 지난해 3월부터 운영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공동통학구는 도시의 과밀한 학교와 이 학교에 인접한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하나의 통학구로 묶는 제도다. 이 학교는 학생 수 감소로 한때 폐교 위기까지 몰렸으나 어울림학교로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조수덕 교장은 “아이들이 비 오는 날 달팽이를 보고서 자연스럽게 얘기할 때 건강하게 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친화적인 좋은 환경에서 바른 인성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게 목표다. 맘껏 뛰어놀도록 점심시간도 1시간으로 다른 학교보다 10~15분가량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가을에 학예회 성격의 특별활동발표회를 열었는데, 아이들이 참 잘해 어른들이 매우 만족했다. 마치 공연장에 온 것처럼 열기가 대단했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는 학교통학버스 2대를 운영해 학생들을 무료로 등하교시킨다. 방과후 활동도 다른 학교에서는 과목당 월 2만~3만원씩을 내야 하지만 무료다. 텃밭을 학년별로 운영해 채소도 기른다. 지난해 11월 학생들이 직접 기른 배추로 김장도 했다. 학생 자신의 이름이 있는 나무와 화분도 가꾼다. 조 교장은 “일부 학생들이 예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해 전학 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얼굴이 밝게 변했다. 자연 속에서 생활하니까 치유가 되고 인성·자존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 사이에 “학교 분위기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 앞으로 전학생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김동명 교감은 “학생 수가 적으니까 여유가 있고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가 있다. 너무 학생 수가 많아지면 솔직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전학생이 더 늘어나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북도교육청은 지난해 3월부터 공동통학구를 운영하는 어울림학교를 의욕적으로 시행했다. 처음에는 23곳(중학교 2곳 포함)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9월에는 20곳이 추가돼 43곳으로 늘었다. 1년을 운영하고 지난해 말 집계했더니 43곳의 학생 수가 1489명에서 244명이 늘어 1733명이 됐다.
전북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전북지역 어울림학교에 대한 교직원(493명)·학부모(1272명)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어울림학교 지정 이후 ‘학교에 긍정적 변화가 생겼느냐’는 질문에 학부모 62.6%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학생 수 증가(29.7%) △교육활동 즐거워짐(28.1%) △학교시설 개선(18.0%) △교사의 의욕(13.2%) 등으로 나타났다. 교사들도 99.4%가 ‘어울림학교 정책이 농어촌교육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했다.
송우석 도교육청 장학사는 “종전에 다른 부서에서 개별적으로 추진하던 것을 체계화를 위해 유형을 모아 일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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