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윤기순, 박경희
‘소양강 처녀’ 모델 박경희·윤기순씨
고 반야월 작사가와 인연 첫 공개
고 반야월 작사가와 인연 첫 공개
“우리가 국민 애창곡 ‘소양강 처녀’ 노랫말 속 주인공입니다.”
고 반야월 선생이 작사한 ‘소양강 처녀’의 실존 인물 2명이 9일 노래의 배경인 강원도 춘천에서 만났다. 춘천 지암리에 살고 있는 윤기순(62·왼쪽)씨와 충남 계룡시에 살고 있는 박경희(65·오른쪽)씨다.
이날 오후 강원도청에서 처음으로 만난 두 사람은 노랫말 속 열여덟 소녀에서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됐지만 작사가 반 선생과의 사연은 저마다 뚜렷하게 기억했다.
윤씨는 1990년 반 선생이 한 가요 프로그램에 나와 직접 ‘소양강 처녀’의 모델이라며 실명을 거론한 인물이다. 윤씨는 “68년 6월 반 선생 일행과 소양강에서 천렵을 하고 저녁 무렵 돌아오는 길에 옅은 물안개가 끼고 소나기가 쏟아졌다. 아마 이때 펼쳐진 인상적인 풍경을 보고 선생께서 노랫말을 쓴 것 같다”고 설명했다.
70년 가수 김태희가 ‘소양강 처녀’를 발표하면서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가사의 모델인 윤씨는 반 선생이 텔레비전에 나와 거론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박씨는 67년 소양강 부근에서 운영하고 있던 여관에 반 선생이 한달 간 머물며 곡을 썼다고 기억했다. 그때 반 선생은 훗날 댐 건설로 사라져 버린 작은 섬 ‘고산’을 자주 찾았고, 박씨가 나룻배로 섬에 데려다 주곤 했다.
박씨는 “배를 타고 가면서 그때 경남 거제도에서 일하던 남자 친구(훗날 남편)가 ‘이곳은 동백꽃이 한창’이라며 쓴 편지를 보내와 꽃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노래 가사에 춘천에선 볼 수 없는 동백꽃이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이어 “선생님께서 너의 사연을 노랫말로 썼으니 나중에 음반이 나오면 전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고 덧붙였다.
이날 만남을 주선한 최문순 강원지사는 “반 선생께서 1년의 차이를 두고 춘천을 두 번 방문했고, 윤씨와 박씨 모두를 만난 경험을 토대로 ‘소양강 처녀’ 가사를 쓴 것 같다. 노래의 배경인 소양강 일대를 독일 관광 명소인 로렐라이 언덕처럼 ‘소양강 처녀’의 이야기를 입혀 관광 명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소양댐 일대엔 노래비와 처녀상, 물고기 조형물 등이 설치돼 있다.
춘천/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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