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장애인시설에서 거주하다가 온몸에 멍이 든 채 병원에 입원한 뒤 한 달여 만에 숨진 20대 지적장애인이 시설 재활교사들로부터 수차례 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폭행 및 폭행치상 등의 혐의로 심아무개(24)씨 등 장애인시설 전·현 생활재활교사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심씨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25일까지 시설거주 장애인 10명을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지적장애 1급 이아무개(28)씨는 지난해 12월25일 오후 7시10분께 장애인시설 안 휴게실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이씨는 머리에 출혈이 있었으며 눈, 허벅지, 발목 등에 멍이 든 상태였다. 병원에서 치료받던 이씨는 지난 1월28일 오전 11시55분께 경기도 시흥시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머리 부분 경막하출혈로 확인됐다.
이씨 부모는 멍 자국을 보고 학대 의혹을 제기하며 해당 장애인시설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장애인시설 안 45일치 폐회로텔레비전(CCTV)를 3개월 간 분석하고 이씨와 함께 생활한 40여 명의 장애인과 시설 관계자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심씨는 이씨가 쓰러지기 1시간 전인 당일 오후 6시께 이씨를 밀어 넘어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심씨 등 재활교사들은 경찰에서 “중증장애인들이어서 대화가 어려웠다. 관리와 훈육 차원에서 (폭행이) 불가피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증거가 확보됐고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며 기각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쓰러진 뒤 사망까지 걸린 시간이 길다. 밀어뜨린 행위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 없어 폭행치사가 아닌 폭행치상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인천/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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