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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함께 기다릴게요”…팽목항의 연대

등록 2015-04-15 21:55수정 2015-04-16 07:12

14일 밤 전남 진도 팽목항 등대에 걸린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과 304명의 희생자와 실종자를 상징하는 304개 노란 등이 주변을 밝히고 있다.  진도/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14일 밤 전남 진도 팽목항 등대에 걸린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과 304명의 희생자와 실종자를 상징하는 304개 노란 등이 주변을 밝히고 있다. 진도/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전국 곳곳서 온 교복 학생들
“아픔 1%도 몰랐다가…” 눈시울
실종학생 부모 “힘낼 것” 포옹
전남 진도엔 산벚꽃이 아우성치고 있었다. 어느 틈에 봄은 세월호가 침몰한 차디찬 맹골수도를 건너 빠르게 북상중이었다. 하지만 진도 팽목항만은 비껴간 듯했다.

아직도 한기가 느껴지는 지난 12일 팽목항에선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들은 일요일에 시간을 내 전국 곳곳에서 찾아왔다. 학생들은 또래의 희망을 앗아가버린 진도 바다를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빛바랜 노란 깃발들과 간절한 응원 구호들에 휘감긴 팽목항 방파제의 무거운 분위기가 이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방파제 끝 ‘기다림의 등대’ 부근에서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다윤·은화양 등 실종자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차마 걸음을 떼지 못했다.

경기 수원에서 온 지혜은(17·효원고2)양은 “이곳에 오니 이제야 비로소 절실하게 느껴진다. 지난 한해 동안 웃고 떠들었던 게 미안하다. 그동안은 아픔의 1%도 몰랐던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도진(18)양 등 충남 당진고 학생 4명은 친구 60여명한테서 격려 메시지를 받아 실종자인 단원고생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45)씨한테 전달했다. 이들은 “지난해 우리도 숨진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2학년이어서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올해 우리만 수능 준비를 하고 있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뜻밖의 응원을 받은 박씨는 “교복을 입은 애들을 보면 자꾸 눈물이 난다. 힘을 내서 다윤이가 돌아오는 날까지 팽목항을 지키겠다”며 학생들을 껴안았다.

작은 항구인 팽목항은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에서 구조된 89명이 도착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현장이 됐다. 맹골수도 사고 현장에서 30㎞ 떨어진 팽목항에는 이후 생존자보다는 더 많은 사망자가 들어왔다. 팽목항엔 주검 안치소와 검안실이 들어섰고, 유가족들은 수습된 희생자의 신체 특징과 복장, 유품 등을 담은 공고문 앞에서 울고 또 울었다.

이곳은 지난해 4~11월 7개월 동안의 수중 수색 활동 때는 사고 수습의 야전 본부였다. 해경·행정·한전·통신·보건 등 각종 기관에서 설치한 천막이 150여동에 이르렀다. 시민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아파하며 고통을 당한 이들을 위로했다. 자원봉사자 연인원 5만여명이 구조와 수습 일손을 돕고 장례를 지원했다. 진도 주민들도 방파제에서 “함께 기다리겠습니다”라며 슬픔을 나누려 애썼다.

지난해 11월18일 수색 중단 이후엔 실종자 9명을 기다리고, 안전사회를 염원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국민적 기다림이 응축된 팽목항을 향해 유가족들은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도보행진을 벌였다. 전국 곳곳에서 주말마다 ‘기다림의 버스’를 내어 유가족을 응원하러 달려오기도 했다. 종교계에선 이곳에 성당과 법당을 두고 희생자와 실종자, 유가족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다.

팽목항 주변에는 조각 그림 4656장을 이어 붙인 ‘기억의 벽’을 비롯해 하늘나라로 편지를 부치는 우체통, 실종자 9명의 얼굴을 담은 팻말과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 리본 등 4·16을 기억하려는 조형물들이 속속 등장했다.

전남도는 팽목항 일대 2만㎡에 추모와 기억의 공원을 조성하자며 역발상을 하고 있다. 도는 1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면 이곳에 분향소·기록실·체험실 등을 두자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 건의엔 팽목항의 현장성과 상징성을 살려 체험과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진도/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세월호 추모노래] 멈춰진 시간이 다시 흘러 / 밴드 ‘남의집이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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