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미포조선의 한 사내하청업체가 노동자 100여명의 임금을 떼먹은 채 갑자기 폐업해 노동자들이 원청회사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16일 현대미포조선과 사내하청업체 ㅋ선박 노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ㅋ선박은 지난 11일 오후 갑자기 노동자들에게 “폐업을 하니 장비를 반납하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를 보낸 뒤, 13일 원청회사인 현대미포조선 쪽에 경영포기 의사를 밝혔다. 안아무개 ㅋ선박 사장은 지난달 10일 원청회사로부터 노동자들의 임금이 포함된 3월치 기성 2억7000만원을 받았으나, 노동자들에게 “빚 갚고 나니 1000만원 밖에 없어 임금을 줄 수 없다”고 버텨, 노동자 100여명은 3·4월치 임금을 받지 못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등 울산지역 14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조선 하청노동자 권리찾기사업단’은 이날 현대미포조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청회사인 현대미포조선이 직접 나서 ㅋ선박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체불임금 지급 및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회견에서 “최근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서 이뤄지는 구조조정 때문에 하청업체들의 무차별 폐업과 함께 업체 사장이 임금과 퇴직금을 착복하고 잠적하는 ‘먹튀폐업’도 잇따라 수천명의 하청노동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원청회사는 책임을 회피하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ㅋ선박 노동자들은 지난 13일부터 원청회사인 현대미포조선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건조부 회의실과 본관 현관, 정문 일대에서 회사 쪽 관리자들과 대치한 채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고용승계 문제는 동종 협력업체 취업알선 등 방법을, 임금체불 문제는 정부에 신청 등 방법을 놓고 ㅋ선박 노동자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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