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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옜다, 개껌 받아라’ 경찰한테 개껌 던진 사연

등록 2015-04-22 16:21수정 2015-04-22 22:20

오전 대구지방경찰청 들머리에서 박성수(41)씨(맨오른쪽)와 변홍철(46)씨(맨왼쪽)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과잉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오전 대구지방경찰청 들머리에서 박성수(41)씨(맨오른쪽)와 변홍철(46)씨(맨왼쪽)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과잉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박 대통령 비판 전단’ 과잉수사 비판 기자회견하다
경찰이 바닥에 놓인 개사료 가져간 뒤 돌려주지 않자…
“시국 비판, 국민 기본권…압수수색은 공안 탄압”
대구 수성경찰서에 개사료가 뿌려진 데 이어 22일에는 대구지방경찰청에 개껌이 던져졌다.

이날 대구지방경찰청 정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만든 박성수(41)씨와 이 전단을 들고 길에서 퍼포먼스를 한 변홍철(46)씨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과잉수사를 비판했다.

박씨와 변씨 등 8명은 이날 오전 10시35분 대구지방경찰청 정문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민주사회에서 시국을 비판할 수 있는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런데 시국 비판 전단에 대통령 이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이를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규정하고 압수수색까지 행하는 행태는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공안 탄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씨는 기자회견에서 “몇몇 경찰들이 앞장서서 쓸데없이 (정권에) 과잉충성을 하다가 이런 사건을 만들어내고 일을 크게 확대시키고 있다. 모든 경찰 분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니까 다른 경찰 분들은 오늘 기자회견을 보고, 이런 경찰 분들께 ‘(정권에) 꼬리 좀 그만 흔들어라’라고 말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변씨는 “온나라가 시끄럽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아직도 피눈물 흘리고 있다는데 우리 바쁘신 박근혜 대통령 각하는 남미 순방 하시느라 매우 바쁘신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은 이렇게 국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정작 경찰들은 국격을 훼손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전단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대응을 조롱하는 외신 기사가 뜨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지방경찰청 정문에는 방패를 든 의경 25명이 배치됐고, 사복을 입은 경찰 10여명이 나타났다. 박씨는 기자회견에 앞서 경찰에게 “조용히 기자회견만 하고 가도록 놔두면 개사료는 뿌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시작되지마자 경찰이 바닥에 놓여 있던 개사료를 가져갔다. 박씨와 변씨 등은 경찰에게 개사료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돌려주지 않았다.

그러자 오전 10시35분께 박씨는 “개껌 하나 우선 받고 개사료 빨리 가져오라”며 개껌 하나를 던졌다.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흥분해 “누구한테 준거냐?”, “사과하라”고 따졌고, 10분 정도 현장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경찰은 박씨와 변씨 등이 다시 사온 개사료를 또다시 빼앗아갔다. 경찰은 “뿌릴 개연성이 있어서 예방차원에서 가져갔다. 상황을 정리하면 개사료를 돌려주겠다”고 했다. 결국 오전 11시께 경찰이 박씨에게 개사료를 되돌려주며 기자회견이 끝났다.

22일 오전 대구지방경찰청 들머리에서 박성수(41)씨(왼쪽)가 경찰에게 개사료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2일 오전 대구지방경찰청 들머리에서 박성수(41)씨(왼쪽)가 경찰에게 개사료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박씨는 “경찰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두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나는 전단이고 다른 하나는 개사료인 것 같다. 대통령 비판하는 전단을 좀 만들었다고 휴대전화와 은행계좌, 전단을 보낸 우체국까지 압수수색하는 이런 경찰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경찰서(서장 이상탁)는 지난 2월16일 새누리당 대구시당·경북도당 들머리에서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 스무장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한 뒤 전단을 주워간 변씨와 전단을 만든 박씨를 수사하고 있다. 변씨의 집과 변씨의 아내가 운영하는 출판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또 박씨의 집과 은행계좌, 박씨가 전단을 보낸 전북 군산 소룡동 우체국까지 압수수색을 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변씨에게 세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냈는데 모두 적혀 있는 혐의가 달라 ‘갈팡질팡 수사’, ‘끼워맞추기식 과잉 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출석요구서에는 혐의가 ‘경범죄 처벌법 위반’이었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출석요구서에서는 각각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형법 제309조)과 ‘명예훼손’(형법 제 307조)으로 혐의가 바뀌었다. 박씨에게 보낸 세차례의 출석요구서에도 혐의가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에서 ‘명예훼손’으로 바뀌었다. 경찰이 여러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경우 혐의가 바뀌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박씨는 이에 항의해 지난 2일 대구 수성경찰서에 개사료 한 포대를 부친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대구 수성경찰서 앞에서 개사료를 뿌렸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개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국가 공권력이 침해하고 과잉 수사를 벌이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마치 중범죄인양 과잉 수사를 한 것 자체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이 그만큼 침해받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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