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4개대학 학군단 60여명
한자자격시험지 휴대폰 도촬
밖에서 풀어준 정답 SNS 공유
한자자격시험지 휴대폰 도촬
밖에서 풀어준 정답 SNS 공유
교육부 공인 한자자격시험에서 조직적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부산의 4개 대학 학군단 소속 대학생 60여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장교로 임관했다 하더라도 임관 취소돼, 일반 사병으로 재입대해야 한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6일 시험 과정에서 학생들의 조직적 부정행위를 묵인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교육부 공인 한자자격시험 주관업체의 차아무개(54) 본부장을 구속했다. 또 부정행위를 저지른 동아대·부경대·부산대·부산외대 학군단 소속 대학생 61명과 시험감독관 김아무개(53)씨와 시험장 밖에서 부정행위를 도운 학생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차씨는 지난해 4~11월 대학별로 두차례씩 치러진 한자자격시험에서 학군단 소속 대학생들이 조직적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눈감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차씨는 각 대학 학군단으로부터 응시료를 일괄적으로 받으면서 특정 출판사의 예상문제집 값을 포함시킨 뒤, 책값의 절반가량을 출판사로부터 돌려받는 방법으로 5년 동안 3억원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차씨는 학군단 학생들의 합격률을 높이면서 전체 합격률은 70%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 응시자 답안지를 조작해 불합격 처리하거나,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사람을 응시자로 꾸며 불합격 처리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차씨가 월급 없이 한자자격시험 응시자 수에 따라 수당을 받기 때문에 이렇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학군단 소속 대학생들은 한자자격시험장에서 스마트폰으로 문제지를 촬영해 밖에 있던 학군단 동료 학생들에게 전송했다. 밖에 있던 학군단 학생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답을 찾고, 섭외해둔 한문학과 학생에게 문제를 풀도록 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단체 대화방에 답안을 올려줬다. 같은 고사장에서 시험을 친 다른 학생들은 같은 학교 학생이라는 점 때문에 그 자리에서 학군단 소속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학군단 관계자는 “국방부는 한자자격시험과 관련해 부정행위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한자자격증에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학군단 학생은 군 인사법에 따라 재판에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소위로 임관했다 하더라도 임관 취소돼 일반 사병으로 재입대하게 된다. 다만 확정 판결 전까지는 이들의 장교·후보생 신분은 유지되고, 소위로 임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4개 대학 학군단 소속 학생들이 조직적인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를 했다. 다른 대학들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은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자자격시험은 교육부 공인을 받은 10개 협회가 시행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3급 이상 자격 소지자에게 취업·승진에 가산점을 준다. 지난해 부산의 4개 대학에서 한자자격시험을 친 대학생은 학군단 학생을 포함해 1216명이며, 이 가운데 842명이 합격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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