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청년들의 취업 대안학교인 ‘두드림아카데미’ 소속 탈북청년과 강원대 사회공헌 동아리 ‘인액터스’ 회원이 벌을 치고 있다. 사진 두드림아카데미 제공
종잣돈 400만원으로 시작
석사동 산자락에 벌통 10개
이달말 첫 꿀따기
“모이면 통일의 씨앗”
석사동 산자락에 벌통 10개
이달말 첫 꿀따기
“모이면 통일의 씨앗”
“우리는 도시양봉으로 통일의 꿈을 조금씩 키워가는 벌치기 청년들이랍니다.”
북한이탈청년과 남한 대학생들이 강원 춘천에서 소규모 도시양봉 프로젝트를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이탈청년들의 취업 대안학교인 ‘두드림아카데미’는 탈북청년 5명과 강원대 사회공헌 동아리 ‘인액터스’ 소속 회원 5명 등 10명이 뜻을 모아 춘천 석사동 한 산자락에서 양봉사업을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민들레의 봄’이란 이름이 붙은 남북 청년들의 도시양봉 프로젝트는 남북한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경제적 자립 방안도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됐다. 최상준 두드림아카데미 교무실장은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 벌을 키우며 하나가 되고, 이런 교류활동들이 여럿 모이면 통일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사라져가는 꿀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꿀벌과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도시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월 강원 원주의 한 양봉학교에서 양봉 이론과 실습 교육을 수료했으며, 매주 만나 회의를 하고 벌통 관리와 벌꿀 채집, 판매 전략 등의 방안을 논의하면서 도시양봉을 준비해왔다. 지난 3월 이들의 도시양봉 계획이 남북하나재단의 민간 지원사업으로 선정됐고, 이렇게 400만원의 종잣돈을 마련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양봉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경험을 토대로 현재 벌통 10개를 마련했으며 이달 말 첫 채밀(꿀을 따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채밀 작업이 끝나면 지역 초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밀랍초 만들기와 생태체험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강원대 인액터스 회원 조성우(24·사회학과 3년)씨는 “처음엔 북한이탈청년들과 놀기만 하다가 의미있는 일을 찾던 중 도시양봉이 눈에 들어왔다. 벌꿀을 생산한 수익금으로 또다른 교류의 장을 만들어가는 등 사업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탈북청년 방주혁(23)씨도 “처음엔 벌에도 쏘이고 일도 낯설어 힘들었다. 하지만 도시양봉이라는 공감대를 중심으로 남한 학생들과도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다들 즐기는 분위기다. 첫 채밀 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두드림아카데미는 지난해 5월 춘천 석사동에 317㎡ 규모의 교실과 기숙사 등을 갖추고 문을 열었다. 20대 북한이탈청년들의 남한 정착을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은 학생 14명이 공부하고 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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