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스파이더맨’ 속 키스 장면.
19일 새벽 2시15분께 부산 북구에 있는 ㄹ아파트 7층 자신의 집 안방에서 자고 있던 김아무개(51)씨는 아들의 “도둑이야”라는 외침에 놀라 베란다 쪽에 있는 아들의 방으로 달려갔다.
집에 침입한 흔적이 없자 그는 곧바로 베란다로 나가 방충망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옷을 입지 않은 괴한이 아파트 4층 베란다에 설치된 안전 난간의 아랫부분을 붙잡고 있었다. 괴한은 2.5~3m가량의 층간 베란다 간격과 10여m의 높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3층 베란다에 설치된 방충망을 발로 차 찢은 뒤 열린 유리창을 통해 사라졌다.
김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3층 집에서 괴한의 것으로 보이는 핏자국과 발자국을 발견했다.
탐문수사를 벌이던 경찰은 괴한이 7층 김씨의 집에 가장 먼저 침입하려 한 것으로 파악하고, 8층에 살고 있는 ㄱ(23)씨의 집을 조사했다. ㄱ씨는 자신의 집에서 옷을 모두 벗은 채 자고 있었다. ㄱ씨의 발바닥에는 흙이 묻어 있었고, 팔과 발바닥에는 베란다 안전 난간을 타고 내려가면서 쓸린 듯한 상처가 있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알몸으로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간 혐의(주거침입)로 ㄱ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ㄱ씨는 경찰에서 “밤늦게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간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ㄱ씨는 정신병력이 없었고, 마약 투약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알몸으로 이같은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 계속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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