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교회 학교인권조례 방해 의혹
교회 관계자, 학생 7명과 메시지
“도교육청 사업 정보 빼내 와라”
“교회 티 내면 안돼” 행동지침도
시민단체, 진상파악·재발방지 촉구
교회 관계자, 학생 7명과 메시지
“도교육청 사업 정보 빼내 와라”
“교회 티 내면 안돼” 행동지침도
시민단체, 진상파악·재발방지 촉구
강원지역 한 교회 관계자가 학생들을 통해 강원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학교인권조례 제정을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강원도교육청에 진상 파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교조 강원지부와 강원연석회의,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강원학부모회는 21일 오후 강원 춘천시 전교조 강원지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원도의 한 교회 관계자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학생들을 도구화해 청소년의회 사업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청소년의회는 민주적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 강원도교육청이 새롭게 선보인 사업으로 오는 29일 첫 모임을 한다.
이 단체들은 익명의 제보자가 제공했다며, 교회 관계자와 학생 등 8명이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신저 대화 내용을 갈무리한 사진을 공개했다. 대화 내용을 보면 “여러분의 가장 기본적 임무는 침투조다. 청소년의회가 무엇을 하는지 정보만 빼내 오면 된다. 교회 티를 내면 안 되고 같은 학교 아니면 아는 척도 하지 말라”는 구체적인 ‘활동 지침’이 담겨 있다.
또 “동성애나 이런 문제 나오면 다른 의견 제시해도 되지만 목숨 걸고 싸울 필요는 아직 없다. 정보를 빼내 오는 게 가장 큰 임무이기 때문이다. 자료집 모두 확보, 녹음이나 사진, 동영상 촬영 등의 수단을 사용해라”라는 내용도 있다.
이 단체들은 “‘동성애’나 ‘교회 티’ 등의 대화 내용을 보면, 강원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학교인권조례를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도교육청은 학교인권조례를 만들기 위해 지난 4월 춘천에서 공청회를 열려 했지만 보수단체 등이 동성애 조장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 무산된 바 있다.
고수정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강원학부모회 집행위원장은 “학생은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세력에 이용되어선 안 된다. 도교육청은 이 교회 관계자가 어떤 경로로 청소년의회 사업에 관여하게 됐는지 상세하게 밝혀야 한다. 학생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강력한 조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강삼영 강원도교육청 대변인은 “만약 대화 내용이 사실이라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 우선 진상을 파악해보고 관련 법률 검토를 거쳐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교회 관계자와 학생 등 8명이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신저 대화 내용을 갈무리한 사진. 전교조 강원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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