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새벽 4시께 경기도 부천시에서 자매 세 명이 숨진 채 발견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 지붕이 부서져 있다. 자매 중 두 명이 아파트 주차장 지붕에서 발견됐으며 한 명은 아파트 12층 자신의 집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천/연합뉴스
두 명 투신·한명 안방서 숨져
극단적 선택 이유 안 밝혀져
극단적 선택 이유 안 밝혀져
부처님오신날인 25일 새벽 4시2분께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의 한 아파트에서 20·30대 자매 세 명이 ‘사는 게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부천 원미경찰서는 원미구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함께 생활해온 셋째(33)·넷째(31) 딸이 아파트 12층 자택에서 뛰어내려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막내딸(29)은 안방에서 숨져 있었다고 밝혔다. 막내딸에게선 목이 졸린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 경비원은 경찰에서 “화단에서 ‘쿵’ 소리가 나서 확인해보니 30대 여성 2명이 쓰러져 있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미혼인 세 자매는 ‘사는 게 힘들다. 화장해서 뿌려달라’는 내용의 간략한 유서를 각자 써서 남겼다고 경찰이 밝혔다.
경찰과 이웃 주민의 말을 종합하면, 세 자매는 모두 보육교사로 일하다가 두 명이 몇달 전 실직한 상태였으며, 어머니는 간병과 청소 일 등을 해왔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딸들이 이웃과 교류는 없었지만 명랑해 보였고 싸우거나 문제를 일으킨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사는 게 그렇게 힘들어 보이진 않았는데 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이들 가족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아니며 무한돌봄지원을 신청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족과 이웃 주민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유서에 대한 필적감정도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가 어머니 소유이고 빚도 없어 지난해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처럼 경제적으로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자매들이 자살을 선택할 만큼 힘든 일이 무엇이었는지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박경만 오승훈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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