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마당
대전은 살기 좋은 도시다. 하지만 도시 개발 및 재정비 사업의 현실은 다르다. 지역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은 구호일 뿐, 세입자는 물론 집주인까지 정든 터전을 떠나야 하는 것이 대전 도시 개발의 현주소다.
대전시 중구 오류동 157번지는 1961년 주민들이 이곳에 공설시장을 열어달라며 땅을 사서 시에 기부채납한 곳이다. 잠깐 문을 열었던 시장은 폐장됐고, 주민들은 이 땅에 정착해 살았다. 주민들의 기부채납으로 시유지가 된 이 땅은 수십년간 방치됐다. 2007년 대전시는 갑자기 이곳 주민들을 무단점유자라며 지난 5년 동안 대부료의 120%에 이르는 변상금 4억9천만원을 부과했다. 내지 않으면 공유재산 대부계약을 할 수 없다는 공무원들의 말(?)에 힘없는 주민들은 대부분 변상금을 내고 대부계약을 했다. “공영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기부채납은 무효”라는 주민들의 주장은 무용지물이었다.
2010년 대전시는 이곳에 순환형 임대주택을 짓는다며 주민들에게 이런저런 보상과 임대주택 입주권, 상가 우선 분양 등을 포함한 이주·이전 대책을 제시했다. 이때만 해도 많은 주민들은 “충분하지 않지만 그래도 시가 이 땅이 시유지가 된 역사를 잊지 않고 대책에 우리 입장을 반영했다”며 수긍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갑자기 주민들에게 ‘대부계약 해지’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같은 해 10월엔 ‘계약이 해지됐으니 보상 근거가 없다. 무조건 이 땅에서 나가지 않으면 명도소송하고 강제 철거하겠다’는 경고문이 골목길에 게시됐다.
지난 1월까지 집을 비우라는 이 경고문은 아직 집행되지 않았지만 이런 행정은 법률적·행정적 지식이 부족한 주민들을 상대로 한 대전시의 ‘갑질 행정’이다.
대전의 도시 개발 및 재정비 사업의 현실도 큰 틀에서는 주민 희생을 강요한다. 오류동과 다르지 않다. 도시 재정비 계획을 추진하려면 주거·생존권 보호 등 기본 권리가 보장돼야 하지만 사업성 없는 재정비 사업이 강행되면서 땅 주인, 집주인들도 수천만원 이상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고, 이에 더해 공사비 증액과 미분양에 따른 위험도 떠안아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 세입자들의 권리야 오죽하겠는가. 누구를 위해 행정을 하는지, 누구를 위한 도시 재정비 사업인지 대전시에 묻고 싶다.
도시 개발 및 재정비 사업은 주민의 어려운 현실을 먼저 살피는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용산참사가 되풀이될 수 있는 재개발에서 벗어나 거주민의 주거, 생존권을 보장하는 도시 재생이 추진돼야 한다.
오훈 대전 도시개발재생연대 운영위원
<한겨레>는 매주 한 차례 지역의 주요 의제를 다룬 기고를 싣습니다. sting@hani.co.kr
오훈 대전 도시개발재생연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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