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 서식처에 산책로·관찰데크 설치
환경단체 “사람 노는 인공호수” 비판
시의회는 되레 편의시설 추가 요구
환경단체 “사람 노는 인공호수” 비판
시의회는 되레 편의시설 추가 요구
강원 속초시가 영랑호 생태 복원을 위해 추진한 습지복원 사업을 놓고 환경단체는 인공시설을 걷어내라고 요구하는 반면, 시의회는 오히려 편의시설을 확충하라는 상반된 요구를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속초시는 최근 57억원을 들여 영랑호 상류 담수지역에 담수성 어류 서식환경을 조성하는 습지복원 사업을 완료했다고 3일 밝혔다. 영랑호 습지복원 사업은 영랑호 주변 농경지를 사들여 습지화해 영랑호에 유입되는 오염물을 걸러내고 민물고기가 피할 수 있는 서식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영랑호는 그동안 질소와 인 등 부영양화 물질이 대거 유입되면서 수질오염 문제와 함께 갑자기 바닷물이 호수로 유입되는 ‘갯터짐 현상’ 때문에 민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문제가 불거졌다.
하지만 지역 환경단체는 속초시의 습지복원 사업이 사업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공사가 진행됐다며 재시공을 촉구하고 나섰다.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은 “백로와 왜가리 서식지 인근에 설치된 산책로와 습지구역 안 관찰데크 3곳을 없애고 사람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 습지복원을 한다며 어류 서식지를 콘크리트로 둘러쳤다. 동식물이 살 수 있는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안나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최근 준공된 영랑호 습지복원 사업은 도심 한복판에서나 볼 수 있는 인공호수를 보는 것 같다. 습지복원은 흉내만 내고 사람이 노는 공간이 더 많다. 습지복원이라고 하기도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의회는 습지복원 사업지 인근에 방문객들이 쉴 수 있는 의자와 그늘막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며 추가 설치를 요구하는 등 환경단체와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김진기 속초시의회 의장은 “습지를 찾는 관광객과 시민에 대한 편의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곳을 관광자원화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등 추가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범순 속초시청 환경정책담당은 “이번 사업은 시가 임의대로 한 게 아니라 원주지방환경청 등 전문가의 심의 결과에 따라 조성했다. 나름대로 인공시설물 설치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시의회에선 오히려 편의시설 추가 설치를 요구하고 있어 중간에 있는 입장에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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