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12시께 대구 중부경찰서 정문에서 서로 먼저 집회 신고를 하려는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와 보수 성향 기독교단체 회원들이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 김일우 기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죠?”
지난 3일 밤 12시께 대구 중부경찰서 정문을 지나가던 20대 여성이 이렇게 물었다. 이 시각 중부경찰서 정문에는 30여명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경찰관 20여명은 긴장된 표정으로 경찰서 마당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구퀴어문화축제 때문에 그런 거예요. 주최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서로 먼저 집회 신고를 하려고 기다리는 거예요.”
구경하던 사람이 이렇게 귀띔해줬다. 이 여성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사라졌다.
“어디서 오신 거죠?” “먼저 이름을 밝히고 물어봐야지.”
상대편보다 집회 신고를 먼저 하려고 경찰서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와 보수 성향 기독교단체 회원들은 기싸움을 벌였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집회나 시위를 하려면 720시간(30일) 전부터 48시간(2일) 전까지 관할 경찰서나 지방경찰청에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기간에 먼저 신고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해당 장소를 사용할 우선권을 갖는다. 성소수자 축제인 대구퀴어문화축제는 다음달 4일로 예정돼 있어, 이날 밤 12시 이후부터 신고를 할 수 있다.
이날 집회 우선권은 퀴어축제를 막기 위한 집회를 열기 위해 이틀 동안 경찰서 앞에서 기다린 기독교단체에 돌아갔다. 이들은 밤 12시에 정확히 맞춰 대구 중구지역 10곳에 대해 집회(4곳)와 시위(6곳) 신고를 했다. 곧이어 도착한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하지만 조직위원회는 기독교단체가 중부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날 밤 12시 대구지방경찰청에 집회 신고를 했다. 여러 지역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려 할 때는 경찰서가 아닌 관할 경찰청에 신고를 해야 한다. 조직위원회는 대구 중·남·수성구 32곳에 대해 집회(8곳)와 시위(24곳) 신고를 했다. 중구의 대부분 지역은 양쪽의 신고 장소가 겹치게 됐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대구에서 20년 동안 집회 신고를 해봤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아무리 행사를 막고 싶어도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양쪽 모두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집회 신고를 한 것이 있어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와 시민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어느 쪽을 어떤 식으로 제한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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