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CCTV 용의자 확인 결과 “딸과 비슷”
상자에 “아이 좋은 곳에 보내달라” 메모 남겨
상자에 “아이 좋은 곳에 보내달라” 메모 남겨
지난 4일 오후 6시30분께 전남 나주시 금천면 고동리 ㅇ(60·여)씨는 집으로 배달된 상자를 열어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가로 30㎝, 세로 20㎝ 크기의 상자 안에는 검정 운동복 상의에 싸여 수건 위에 올려진 영아의 주검이 놓여 있었다. 갓 태어난 아이의 코와 입에는 혈흔이 그대로 묻어 있었고, 양수를 둘러싼 막과 30㎝ 가량의 탯줄도 들어 있었다. 또 “이 아이를 좋은 곳으로 보내달라”는 쪽지가 나왔다.
놀란 ㅇ씨는 발송인이 모르는 사람이라며 경찰에 곧바로 신고했다.
ㅇ씨는 경찰에서 “오전 11시45분께 택배가 왔다는 연락이 왔지만 외출중이어서 집 앞에 두도록 했다. 나중에야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5일 주검을 보낸 용의자가 서울에 사는 ㅇ씨의 딸(35)일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은 서울의 한 우체국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통해 발송인이 딸과 비슷하다는 ㅇ씨의 진술을 들었다. 또 지난해 딸이 보내온 택배와 송장의 글씨체가 같고, 발송인의 이름은 가명이지만 전화번호는 딸의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탐문을 통해 “딸이 최근 일하던 식당에 돈을 꾸러 왔었고, 당시 배가 부른 것 같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딸은 10년 전에도 아이를 출산해 부모에게 맡긴 적이 있고, 4~5년 전 서울로 올라가 식당 등지에서 생활하며 어렵게 지내고 있으며, 지난 9월 이후 가족과의 연락도 끊긴 상태이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주검의 신원, 사망 시간, 사망 경위 등을 밝히기로 했다. 용의자에게는 정황에 따라 사체 유기, 유기 치사, 영아 살해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김상수 나주경찰서 수사과장은 “주검 상태로 미뤄 출산 이후 3일 정도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 딸의 전화가 지난해 11월 이후 착신 정지된 상태여서 행방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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