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연구소 설문조사…64% “청계천, 역사·문화복원 아니다”
문화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문화 사업에 대해서 대부분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연대 산하 문화사회연구소는 6일 학계·언론계·문화계·시민단체 각 분야 문화정책 관련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 문화정책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이명박 시장이 ‘가장 잘한 문화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100명 중 26명이 ‘청계천 복원 사업’을 꼽았다. ‘서울문화재단 설립’(11명), ‘문화지구 지정 육성사업’(8명), ‘서울시청 앞 광장 조성’(5명)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절반에 가까운 47명에 이르렀다.
‘가장 잘못한 사업’에는 뉴타운 사업이 31명으로 가장 높았고 ‘오페라하우스 추진’도 27명이나 됐다. 특히 ‘뉴타운 사업’의 경우 지역 격차를 해소하는 해결책으로 부적절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69명에 이르렀다. 이에 반해 뉴타운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들은 ‘강북 등 낙후한 지역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67%)는 이유가 가장 많았고 ‘종합적인 도시개발정책’(20%)이라는 평가가 그 다음이었다.
청계천 복원 사업도 자세히 들어가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청계천 복원 사업이 역사·문화복원 사업이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64명이 ‘아니다’라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용적률 확대를 골자로 한 청계천 주변부 개발’(38%)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행정’(38%), ‘문화유산 파괴’(13%)를 들었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응답자들도 ‘도시환경 개선’(48%), ‘도시 이미지 개선’(17%) 등을 우선해 ‘도심에 문화공간 조성’(26%) ‘광교 수표교 등 문화유적지 복원’(9%) 보다 훨씬 높았다.
서울광장은 더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시청 앞 잔디광장이 개방형 시민광장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71%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바닥재를 잔디로 깐 데 대한 불만이 가장 높았고(42%),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행정’(38%)이 뒤를 이었다.
또한 현재의 서울을 ‘문화도시’라고 생각하고 있는 응답자는 59명, ‘아니다’도 41명에 이르렀다.
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장은 “청계천 복원 사업이나 시청 앞 광장 조성, 오페라하우스 건립 그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사업으로 귀착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풍부한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데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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