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국립공원 권금성 케이블카 건설 전(왼쪽)과 후의 모습. 환경운동연합 제공
강원도가 두 차례 부결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다시 추진하자 환경단체들이 천연기념물 217호 산양의 서식지 등 설악산 환경이 크게 훼손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18일 오전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설악산국립공원은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을 포함한 40여종의 포유류, 900여종의 식물, 60여종의 조류 등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산양 서식지와 생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환경부가 두 차례나 부결시킨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예산 460억원)을 지난 4월 다시 신청했다. 앞서 환경부는 2012년 6월과 2013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 승인을 거부했다. 환경부는 다음달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는 국립공원을 보호한다며 공원 내 취사와 야영, 임산물 채취 등을 강력하게 막고 있다. 케이블카 설치는 이런 행위와는 견줄 수 없는 파괴행위다. 산의 정상부가 송두리째 파헤쳐지는 것은 물론이고 대청봉 등 산 정상은 탐방객 증가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1970년대에 설치된 권금성 케이블카 주변의 식생을 예로 들었다. 김경준 원주환경운동연합 네트워크활동국장은 “권금성 케이블카로 인해 권금성 일대 아고산대 식생이 완전히 파괴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의 미래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케이블카 사업의 모범으로 손꼽히는 경남 통영 케이블카도 도마에 올랐다. 지찬혁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통영케이블카는 겉으로 보기엔 많은 관광객이 찾아 지역에 큰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 같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소음과 주말 교통체증, 물가 인상, 산림 훼손 등 경제적 착시효과가 많다. 강원도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안나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도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가 승인되면 설악산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한라산과 지리산 등 다른 지역 케이블카 사업에도 불을 붙여 50년 가까이 지켜온 국립공원 정책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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