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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릴 생각 않고, 용왕님 어딜 싸돌아댕기나요”

등록 2015-06-22 21:18수정 2015-06-23 09:59

절기상 ‘하지’인 22일 오후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소양호 청평사 선착장에서 유진규 마임이스트를 비롯한 예술가들이 목마른 대지에 비가 내려주길 하늘에 기원하는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댐관리단은 이날 오전 7시 현재 수위가 152.26m로, 지난 20일 내린 소나기성 단비는 수위 상승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춘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절기상 ‘하지’인 22일 오후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소양호 청평사 선착장에서 유진규 마임이스트를 비롯한 예술가들이 목마른 대지에 비가 내려주길 하늘에 기원하는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댐관리단은 이날 오전 7시 현재 수위가 152.26m로, 지난 20일 내린 소나기성 단비는 수위 상승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춘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소양강댐서 ‘해갈 벼락’ 기우제
긴 가뭄에 록밴드·서예가 등 모여
하늘 향해 항의하는 다양한 공연
“산신님이 놀러 가셨나. 용왕님이 놀러 가셨나. 계곡의 물소리는 비명 소리로 바뀌었건만 도대체 비를 내릴 생각 않고 어딜 그렇게 싸돌아댕긴단 말입니까!”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22일 오후 강원 춘천시 소양강댐 청평사 선착장 근처에서 록그룹 고구려밴드의 보컬 이길영씨가 밀짚모자와 장화 등 농민 복장을 한 채 비를 내려주지 않는 하늘을 향해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이씨는 “본디 하늘과 사람은 한몸이거늘 어찌 이 따위 가뭄으로 우리네 백성들을 괴롭히십니까”라며 가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농민들의 심정을 하늘에 전했다.(▶ [포토] 성난 민심을 하늘에…소양호 기우제)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가뭄에 거북등무늬처럼 쩍쩍 갈라진 강바닥 위에 ‘해갈 퍼포먼스 벼락’이란 이름의 기우제를 지냈다.

마임 연기자인 유진규 전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이 기획한 이날 기우제는 하늘에 예를 다해 비를 애원하는 기존 기우제와 달리 비를 내려주지 않는 하늘에 항의하는 다양한 공연들로 채워졌다. 독특한 몸짓과 소리로 하늘을 화나게 해 비를 내리게 하려는 뜻이다.

마임 연기자 이정훈씨도 비를 내리지 않는 하늘을 원망하듯 우산을 불태운 행위예술을 한 뒤 “비 좀 가져와라. 환장했냐. 왜 비를 안 내리냐. 좋은 말로 할 때 비 내려라” 등의 말로 타들어가는 민심을 하늘에 쏟아냈다.

정가(가사와 시조 등 한국 전통의 성악곡) 가객인 박주영씨는 “백성의 명이 거의 다해 가는데 어찌 구원하려 하지 않으십니까. 단비를 내려주시길 바란다”며 노래를 불렀고, 서예가 김기상씨도 대형 펼침막에 비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용 그림을 그려넣는 행위예술을 선보였다.

유진규씨는 “과거의 주술적인 의식인 기우제를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여 현대적 의미로 풀어냈다. 성난 민심을 대변하는 우리 예술가들의 몸짓과 소리가 하늘에 전달돼 이번 가뭄을 해갈해줄 시원한 비가 내리길 바란다. 또 비가 오지 않더라도 가뭄과 메르스 등으로 고통받은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위로와 평안이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소양강댐은 22일 오전 7시 현재 152.26m를 기록해 역대 최저인 151.93m(1978년 6월24일)에 33㎝만 남겨둔 상태다. 댐 수위가 150m 아래로 떨어지면 전력 생산이 중단되며, 생활용수 공급도 차질을 빚는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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