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역도 금메달리스트 김병찬(46)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다 자신의 집에서 쓸쓸히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선수생활을 그만둔 뒤, 직업도 없이 메달리스트 연금에 의지해 어렵게 생활해왔다.
강원 춘천경찰서는 지난 26일 저녁 7시20분께 춘천시 후평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김씨가 숨져 있는 것을 이웃 주민 ㄱ(59)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평소에도 술을 많이 마셔 몸이 안 좋았고, 병원 진료를 받곤 했다. 지병으로 인한 위장 내 과다출혈로 숨진 것으로 보고 병사 조처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이형근(2014 인천 아시아게임 역도 총감독)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이후 1991년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은·동메달, 1992년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 3관왕 등에 올랐다.
그러나 1996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면서 역도계를 떠난 뒤 자취를 감췄다. 이후 변변한 직업을 구할 수 없던 김씨는 매달 52만5000원의 메달리스트 연금에 의존해 힘겹게 생계를 이어갔다.
김씨가 받은 메달리스트 연금은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기준 소득(61만7281원)보다 적었다. 이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로는 선정됐지만, 연금액이 수급자가 현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준(49만9288원)보다 많아 현금 지원은 받을 수 없었다. 의료급여 혜택과 전기요금·도시가스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는 게 고작이었다. 하반신 마비로 대소변도 가릴 수 없던 김씨는 2013년 함께 살던 어머니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홀로 남겨졌다. 김씨는 30일 춘천안식원에 안치됐다.
춘천/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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