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인 롤랑 바르트는 “나이프는 음식을 먹잇감처럼 자르지만 젓가락은 음식을 아이처럼 부드럽게 어른다”며 젓가락의 포용성을 강조했다.
2015동아시아문화도시 청주가 젓가락을 주제로 한·중·일 3국의 문화를 아우르는 행사를 마련한다. 동아시아문화도시 청주 조직위원회는 11월 ‘젓가락 달’을 맞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젓가락 페스티벌’을 연다고 2일 밝혔다.
젓가락 축제를 제안한 이어령 동아시아문화도시 청주 명예위원장은 “젓가락은 한·중·일의 공통 문화이자 철학·미학·역사를 담고 있으며 갈등·대립을 화해·문화로 하나되게 하는 세계 유일의 콘텐츠”라고 밝혔다.
축제에선 한·중·일의 젓가락을 비교할 수 있는 학술·전시 행사가 펼쳐진다. 11월4~5일 국립청주박물관에서는 ‘젓가락으로 본 문화의 동질성과 다양성’(문화), ‘젓가락과 뇌 발달’(과학), ‘젓가락의 디자인과 문화산업’(경제) 등 세 분야의 학술행사가 열린다. 11월4일부터 12월17일까지 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는 한·중·일 3국의 젓가락을 선보인다. 일본의 젓가락 마을로 유명한 후쿠이현 오바마시의 명물인 전통 수공예 옻칠 젓가락 ‘와카사누리’와 국립청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수저 유물 150여점 등을 비교·전시할 참이다. ‘와카사누리’ 장인인 후쿠이 마사히로를 초청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11월11일을 ‘젓가락의 날’로 정한 청주시는 이날 젓가락으로 콩·깨 등을 집어 나르는 한·중·일 젓가락 경연과 함께 ‘젓가락 신동’, ‘젓가락 도사’ 선발대회도 열 참이다.
변광섭 동아시아문화도시 청주 사무국장은 “중국 젓가락은 기름지고 뜨거운 음식 때문에 퉁퉁하고 끝이 뭉툭하며, 일본은 생선 가시를 발라 먹을 수 있게 짧고 뾰족하다. 한국은 3국의 중간 크기로 밥·고기·전 등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금속 젓가락을 썼다. 젓가락에는 3국의 문화와 식성이 그대로 배어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젓가락을 지역 대표 문화 상품으로 키울 참이다. 청주 벌랏마을, 진천 공예마을 등을 젓가락 마을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붓장인 유필무, 옻칠명장 김성호씨 등에게 창작 젓가락 제작을 맡겼으며, 각종 젓가락 문화상품 개발에도 나섰다.
이승훈 청주시장은 “청주가 지닌 생명문화 가치를 젓가락 문화와 연계시켜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