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참석 행사 가야 하니…구의회 본회의를 새벽 6시반에 열자?

새누리 대구 수성구의원들
“서울 민주평통회의 가야해서”
달서구의원들은 행정감사 뒷전
“대구시당 위원장 취임식 가려”

대구 수성구의회와 달서구의회 일부 의원들이 회기 기간에 본회의와 행정사무감사를 뒤로하고 박근혜 대통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 참석 행사에 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행사에 가야 하니 오전 11시에 예정된 본회의를 새벽 6시30분에 열자”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2일 대구 수성구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새누리당 소속 김진환 수성구의회 의장과 강석훈 운영위원장, 김태원 의원 등 3명은 지난 1일 오전 11시 제203회 1차 정례회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이날 아침 7시 관광버스를 타고,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17기 출범회의에 참석했다. 이날은 제203회 1차 정례회 첫날이었다.

이보다 며칠 전 김 의장은 전체 의원 간담회를 열어 “아침 7시에 민주평통 출범회의에 가야 하니 본회의를 새벽 6시30분에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은 “무슨 본회의를 새벽에 하느냐”고 반발했다. 결국 김 의장 등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서울로 향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민주평통은 박근혜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다.

김 의장은 “의원들 중에서 민주평통 회원도 많고 대통령도 참석하는 행사인데 한명도 안 가는 것은 좀 그렇다고 생각했다. 의원 3명이 빠져서 회의가 무산된 것도 아니고, 본회의는 부의장이 대신 진행해서 큰 차질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조원진 새누리당 대구시당 위원장 취임식 때문에 대구 달서구의회 행정사무감사가 파행을 겪었다. 이날 오전 11시 새누리당 대구시당 강당에서는 새누리당 대구시당 위원장 이·취임식이 열렸다. 이때는 달서구의회 제226회 1차 정례회 기간이었는데, 오전 10시 상임위원회별로 행정사무감사 일정이 잡혀 있었다.

기획행정위원회와 복지문화위원회는 이날 행정사무감사 시작 시간을 갑자기 30분 앞당겨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했다. 두 상임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는 오전 10시20분께 끝났다. 경제도시위원회는 예정대로 오전 10시에 행정사무감사를 시작해 오전 11시20분께 마쳤다. 그러나 새누리당 소속 구상모·황순자 의원은 행정사무감사 시작 20분 만에 자리를 떴다. 행정사무감사는 일반적으로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3시까지 이어진다.

대구지역 한 야당 의원은 “주민들이 뽑아준 구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회기 기간인데 이를 뒤로하고 국회의원에게 눈도장 찍겠다며 행사장으로 달려가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이런 행동 때문에 지방의회 무용론이 자꾸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김일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