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27일 공장 재가동 등을 요구하며 경북 구미 스타케미칼 공장에 있는 굴뚝에 올라 국내 노동운동 사상 최장기 농성을 벌여온 차광호씨가 8일 오후 408일 동안의 농성을 마치고 굴뚝에서 내려온 뒤 가족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구미/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업무방해, 건조물침입, 공무상표시무효 혐의
“회사쪽 고소취하서 제출했는데도 공안몰이”
“회사쪽 고소취하서 제출했는데도 공안몰이”
복직 등을 요구하며 45m 높이의 공장 굴뚝에서 408일 동안 농성을 하다 내려온 스타케미칼 해고 노동자 차광호(45)씨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북 칠곡경찰서는 10일 오전 업무방해, 건조물침입, 공무상표시무효 혐의로 차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차씨는 지난해 5월27일부터 농성을 끝낸 지난 8일까지 가동이 중단된 공장 굴뚝에 올라가 회사가 진행하던 공장 청산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회사 쪽의 퇴거 요구에 불응하고, 법원에서 천막농성장을 철거하라며 붙여 놓은 강제처분 표시를 손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스타케미칼 모회사인 스타플렉스는 지난 6일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자복직투쟁위원회 해고 노동자 11명의 고용을 모두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또 양쪽이 그동안 주고받은 각종 민·형사상 소송과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무방해죄와 건조물침입죄 등은 명예훼손 같은 반의사불벌죄와 달리 고소한 쪽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사가 진행된다.
차씨는 지난 8일 저녁 7시28분께 경북 칠곡군 석적읍 중리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서 내려왔다. 경찰은 바로 차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차씨는 119구급차로 칠곡군 약목면 관호리 혜원성모병원에 이송돼 30분 동안 검진을 받은 뒤 이날 밤 9시20분께 유치장에 입감됐다.
차씨와 함께 복직 등을 요구하며 싸워온 홍기탁(42)씨는 “이미 고소했던 회사 쪽에서도 고소취하서를 경찰에 제출했고 이미 증거가 다 나와 있는 상황이이서 증거를 인멸할 수도 없다. 또 지금까지 싸우다가 고용보장까지 받아서 도주할 이유도 없는데 경찰이 공안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오늘 안에 차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은 11일께 열릴 가능성이 높다.
칠곡/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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