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때 진입로 석축 돌 2개 빠져
주인 양재혁씨 국민신문고 민원
문화재청 전문위원 3명 조사나서
주인 양재혁씨 국민신문고 민원
문화재청 전문위원 3명 조사나서
국가지정 명승인 전남 담양의 소쇄원에서 드라마를 찍던 중 문화재가 훼손됐다는 민원이 제기돼 문화재청이 조사에 나섰다.
문화재청은 지난 10일 조선시대 민간 정원인 소쇄원으로 전문위원 3명을 보내 문화재 훼손 여부를 조사했다. 문화재청은 이른 시일 안에 결과를 담양군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소쇄원을 지은 양산보의 15대 손인 양재혁(47)씨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내면서 이뤄졌다. 소쇄원에서는 지난 2일 아침 8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에이치비(HB)엔터테인먼트의 제작진 50여명이 드라마 ‘설련화’의 겨울 장면을 찍었다. 천년 전 남녀의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추석을 전후해 공중파를 통해 2부작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양씨는 민원을 통해 “이날 촬영 때 소쇄원 진입로 석축의 돌 2개가 빠지고, 기와와 담장에 인공 눈이 뿌려지는 등 문화재 훼손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이어 “사전 동의도 구하지 않아, 조명이 비치고 소음이 발생한 뒤에야 촬영 사실을 알았다. 잠겨 있는 광풍각 문을 멋대로 개방하는 바람에 그 안에 있던 지갑이 사라지기도 했다”고 분개했다. 그는 “지난해 <제이티비시>(JTBC)에서 드라마 ‘하녀’를 찍을 때도 앵글에 걸린다고 나뭇가지를 꺾고 신발을 신은 채 정자 위로 올라가는 등 관리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촬영 당일에는 촬영에 항의하는 양씨와 일정에 쫓긴 제작진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양씨 쪽은 이날 야간 소란과 절도 행위로 두차례, 제작진은 업무방해 혐의로 한차례 각각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의 마찰은 3일 새벽 3시30분 양씨가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되면서 일단락이 됐다. 양씨는 이후 3시간 반 동안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다.
임윤택 담양군 문화재계장은 16일 “전남도와 담양군이 촬영을 허가해 75만원을 세외수입으로 처리했다. 문화재청이 훼손 여부를 조사한 결과가 나오면 그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의 강예성 섭외팀장은 “적법하게 촬영을 진행하는데도 금품을 따로 요구하고, 카메라 앞에서 제지하는 등 정도가 지나쳤다. 문화재를 훼손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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