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모노레일형 ‘물고기 기차’
잦은 고장·성과부족 탓 운영 접어
잦은 고장·성과부족 탓 운영 접어
‘물고기 기차’로 불리던 강원 화천의 국내 첫 모노레일형 인공어도가 잦은 고장과 사업 성과 부족으로 운영을 접었다. 수십억원을 들여 설치했지만 해마다 인공어도를 통해 이동하는 물고기는 600여마리에 지나지 않아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화천군은 21일 “연결줄 이상 등 시설 점검을 위해 내년 4월까지 인공어도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북한강 수중생태계 복원을 위해 2008년 22억원을 들여 인공어도를 설치한 뒤 운영이 전면 중단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화천댐 인공어도는 댐 건설로 빠가사리와 메기, 누치, 버들치 등 토종 어종이 북한강 상류로 이동하는 길이 막히자 화천군이 모노레일형 어도를 설치해 물고기의 이동을 도우려고 설치했다. 댐에 막혀 상류로 올라가지 못하는 물고기를 세로 1m, 가로 1.5m 크기의 집어통에 물과 함께 담아 모노레일을 이용해 1043m를 올려보내는 식으로 하루 1~2차례씩 댐 하류의 물고기를 상류로 실어 날랐다.
하지만 설치 초기부터 잦은 고장을 일으키고 인공어도 집어통에 물고기가 모이지 않아 모노레일을 타고 상류로 올라가는 토종 어종의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남재선 화천군청 환경기획담당은 “지난해 인공어도를 이용해 파로호 상류로 이동한 물고기는 600여마리였다. 가뭄 등의 영향으로 물고기가 잘 모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설치비(22억원)는 제쳐 두고라도 해마다 드는 전기요금 등 운영비 500만원에 견줘도 물고기 한 마리 옮기는 데 1만원꼴이 쓰인 셈이다.
내년 4월 이후 인공어도 운행이 재개될지도 미지수다. 최광선 화천군의원은 “보수한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예산만 추가로 낭비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다. 실패작이다. 차라리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재선 화천군청 환경기획담당은 “학계 전문가 등에게도 자문을 구해봤는데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하는 물고기가 너무 적어 어도로서 제 기능을 하긴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내년 재운행 때까지 활성화 방안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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