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해양특수구조단이 21일 훈련시설이 없는 탓에 부산해양경비안전서 조명탑에 밧줄을 매달아 부상자를 들것으로 이송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청사 건축 계획 실행여부 불투명
부산해경 건물서 ‘더부살이’
시설 없어 대학 등 찾아가 훈련
부산해경 건물서 ‘더부살이’
시설 없어 대학 등 찾아가 훈련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각종 해상 사고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신설한 중앙해양특수구조단(해양특구단)이 청사 없는 더부살이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구조훈련 시설도 없어 ‘떠돌이’ 훈련을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 심각한 결함을 드러낸 초동 대응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12월 창설한 해양특구단은 부산 영도구 부산해양경비안전서(부산해경) 별관 건물의 2층(면적 353㎡)을 임시청사로 사용하고 있다. 전체 직원은 62명이다.
해양특구단이 부산해경에 둥지를 튼 것은 부산 인근 해역이 전국에서 상선·어선 등 선박 물동량이 가장 많아 해상 사고 발생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곳은 선박 접안이 편하고 비상상황에 재빨리 출동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훈련시설은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난구조대 잠수훈련장,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종합수영장, 부산 해운대구 동부산대 해양잠수학과 잠수훈련장을 떠돌며 훈련하고 있다. 잠수훈련은 안전사고 발생 우려 때문에 체계적이고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데, 현재 상황에서는 안전성과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해양특구단의 설명이다.
해양특구단은 좌초선박에서 부상자를 들것에 태워 구조하는 훈련을 부산해경 안 15m 높이 조명탑에서 줄을 매달아 하고 있다. 헬리콥터에서 선박이나 땅으로 착지하는 훈련도 10m 높이의 부산해양안전서 해양오염 방재창고 천장에 줄을 매달아 하고 있다. 해양특구단은 전국 해양경비안전서 17곳의 구급대원 잠수·구조 교육과 훈련도 맡고 있는데, 본부에는 이를 위한 시설이 없어 지난 3월부터 전국의 각 해경을 옮겨다니며 협동훈련을 하고 있다.
해양특구단 관계자는 “잠수와 구조훈련이 몸에 익어야 실제 상황에서 침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열악하고 갑갑한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해양특구단은 부산해경 부근 4620㎡ 터에 2017년까지 훈련시설을 갖춘 5층 규모 청사를 지으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로선 계획대로 청사를 지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부산항해상교통관제센터(VTS), 해양환경관리공단도 이곳에 새 건물을 지으려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다음달 정책심의위를 열어 이 땅을 사용할 기관을 결정할 예정이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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