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우.사. 9호’를 아시나요?”
강원 평창군청 문화관광과에 도착한 암호같은 손편지에 얽힌 사연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관광홍보물을 요청하는 손편지가 평창군에 처음 도착한 것은 지난 5월29일. 삐뚤삐뚤하긴 하지만 또박또박 정성스럽게 쓴 편지에는 “관광지와 맛집이 소개된 책을 보내주십시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화관광과 직원들에게 관광홍보물 요청 편지는 다소 일상적인 민원이었지만, 직원 모두가 난감했던 이유는 홍보물을 요청한 주소에 ‘순.천.우.사. 9호 김아무개’라고만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담당 직원은 답장으로 평창군 관광홍보물을 보내주고 싶었지만 암호같이 적힌 ‘순.천.우.사. 9호’의 의미를 알지 못해 안타까워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답답한 마음에 문화관광과 직원들이 총출동해 다 같이 편지를 돌려보며 주소에 적힌 의미를 알아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장난 편지같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첫 편지가 도착한 뒤 두달 정도가 지난 지난달 20일. 편지 한통이 다시 평창군청 문화관광과에 배달됐다. 편지엔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관광책, 맛집 나온 책자 보내달라고 한지가 좀 되었는데 기다리다 하도 안오고 궁금하여 다시 편지 보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다행히 이번 편지엔 ‘540-600’라고 적힌 우편번호가 있어 번호를 검색해보니 ‘전라남도 순천시 순천우체국사서함’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덕분에 ‘순.천.우.사. 9호’의 ‘순.천.우’는 순천우체국이란 것과 ‘사. 9호’는 사서함 9호라는 사실까지 유추할 수 있었다. 해당 우체국에 문의해보니, 순천우체국 사서함 9호는 순천교도소 전용함으로 수감자 가운데 한명이 평창관광 홍보물을 요청한 셈이다.
김인겸 평창군청 문화관광과 주무관은 “수감자가 평창군의 관광 홍보물을 요청한 자세한 사연은 알 수 없지만, 민원을 해결해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 출소 후 평창군에서 보내드린 관광 안내 책자를 참고해 멋진 평창 여행을 즐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사진 평창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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