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문학가로 속이고 친일작품 내”
문학비 건립·기념사업 등 중단 주장
문학비 건립·기념사업 등 중단 주장
충북 음성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농민문학가’로 널리 알려진 음성 출신 작가 이무영(1908~1960)의 친일 행적을 비판하며 문학비 등 유적을 없애고, 기념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친일파 이무영 잔재 청산을 위한 음성군 대책위원회는 12일 음성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음성군은 일급 친일파 이무영의 잔재를 청산하라. <동양일보>는 이무영 기념사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에는 음성민중연대, 광복군 음성지회, 음성군지역개발회 등 음성지역 시민사회단체 10여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무영은 대통령 직속기구가 낸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에 48쪽에 걸쳐 친일 행적이 적시돼 있고,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도 7쪽 분량으로 친일문학 행적이 기록돼 있는 일급 친일파다. 민족을 철저히 배신했으며, 해방 뒤 자기반성이나 사죄가 없는 뻔뻔한 자였다”고 밝혔다. 이무영은 <국민문학>(1943년 1월호)에서 “오늘날 일본어는 일본만의 국어가 아니며, 동아 10억의 국어가 되고자 하고 있다”, 또 <대동아전기>에선 “대동아전쟁은 대동아공영권 내에 있는 10억 유색인종이 한 덩치가 되어 단란하게 살자는 것이다”라고 일제를 미화했다.
지금 음성군 향토민속자료전시관에는 그의 친필 원고, 저서, 방송 인터뷰 내용 등이 전시돼 있다. 음성군은 2003~2004년 5000여만원을 들여 음성읍 석인리 그의 생가터에 문학비·기념비·흉상·정자 등을 설치했다. 또 지역 일간지 <동양일보>와 지역 문인 등으로 이뤄진 무영제추진위는 1994년부터 해마다 4월께 문학축제인 무영제를 열고 있다.
김규원 ‘이무영 잔재 청산 대책위’ 운영위원장은 “이무영은 농민문학가를 자처했지만 사실 농민 민중의 삶과 거리가 먼 친일 작품을 쏟아냈다. 이런 친일파를 지역 대표 문화인물로 추앙하는 것은 지역의 수치다. 군이 나서 그의 흔적을 지우고, <동양일보>는 그를 기리는 무영제와 무영문학상 시상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정기범 음성군 문화예술팀장은 “향토전시관 안 이무영 관련 전시물 철거 여부는 오는 27일 열리는 전시관 운영·자문위원회에서 주요 안건으로 다룰 계획이다. 생가 주변 문학비 문제도 주민·전문가 등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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