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부서, 또다른 작가 출두요구
건물주 고발없이 수사…신원 밝혀내
건물주 고발없이 수사…신원 밝혀내
대구 동성로에 박근혜 대통령 풍자 그림을 그린 작가에게 경찰이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건물 외벽 등에 풍자 그림을 그린 혐의(재물손괴)로 한 작가에게 조사받으러 올 것을 통보했다고 12일 밝혔다.
‘팔로’라는 이름을 쓰는 이 작가는 지난 6월18일 대구 동성로의 건물 벽 등에 풍자 그림 6개를 그렸다. 지나가던 사람이 그림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이 그림을 모두 지웠다. 건물 주인 등의 고소나 고발은 없었지만, 경찰은 수사에 나서 이 작가의 신원을 밝혀냈다.
그가 그린 그림엔 박 대통령이 왕관을 쓰고 있고, 눈과 입에는 각각 ‘PLEASE’(제발)와 ‘GRIND’(갈다)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영국의 록밴드 그룹 ‘섹스 피스톨스’가 2012년 6월 내놓은 앨범 표지 그림을 흉내낸 것이다. 이 앨범의 주제곡은 ‘가드 세이브 더 퀸’(신이 여왕을 구해주시기를)이다.
이 작가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록밴드 그룹인 섹스 피스톨스는 무정부주의 성향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 이미지 자체를 좋아한다. (대통령이) 조금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재미있는 방식을 사용한 것뿐이다. 이걸 갖고 경찰서에 나오라고 할 줄은 몰랐는데, 일단 나오라고는 하니까 조만간 경찰서에 나가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대구 동성로에서는 지난해 11월6일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 5개가 그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은 ‘푸가지’라는 이름을 쓰는 이 작가를 경찰서로 데려와 조사한 뒤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했다. 당시에도 건물 주인의 고소나 고발은 없었다. 이 작가는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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