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 원전 백지화를 내걸고 당선된 김양호 삼척시장에 대해 검찰과 경찰 등 사정당국이 잇따라 칼날을 들이대자 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는 19일 ‘죄없는 김양호 삼척시장에 대한 기소는 삼척시민에 대한 기소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정부는 삼척시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는커녕 검찰과 경찰을 앞세워 꿰맞추기식 수사로 시장을 비롯한 삼척시민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강원지방경찰청은 김 시장과 담당 공무원 등 4명을 직권남용을 했다며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춘천지검 강릉지청에 송치했다. 경찰은 김 시장 등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 당시 이·통장들에게 투표명부 작성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은 업무 범위를 벗어난 직권남용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는 “말도 안되는 사실로 김 시장을 억압하는 것은 주민투표에 참여한 삼척 시민 전체를 죄인 취급하는 것이다. 핵발전소 유치와 같이 주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주민의사를 확인하는 것은 시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고 도와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이는 어느 개인에 대한 기소가 아니라 삼척시민 전체에 대한 기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죄가 없다. 이들이 죄인이라면 삼척시민 전체를 감옥에 가둬라”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도 ‘정권의 주구가 되어 민주주의 파괴하는 경찰과 검찰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삼척 주민투표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려있고 시의 미래가 걸린 일을 주민 스스로 결정하겠다며 나선 민주주의의 표본”이라고 주장했다.
전공노 강원지역본부는 이어 “시민 의사와는 무관하게 서명부 조작까지 벌이며 시장 독단으로 원전 유치를 신청한 전임 시장이야 말로 직권남용으로 기소해야 할 대상이다. 누가 봐도 직권남용한 사람은 내버려 두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주민투표에 딴지를 거는 경찰과 검찰의 행위야말로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전공노 강원지역본부 삼척시지부도 성명을 내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정신의 실천인 주민투표를 무시하고 말살하려는 경찰과 검찰의 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정부는 경찰과 검찰을 동원해 시민의 자발적인 주민투표를 삼척시장과 공무원 몇몇을 희생양으로 삼아 참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핵발전소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우청 전공노 강원지역본부 삼척시지부장은 “정부가 8만 삼척시민의 위대한 의사결정을 무시하고 경찰과 검찰의 오만한 권력으로 헌법정신을 유린하려 한다면 삼척시 공무원노동자들은 민주주의 확대와 반핵 활동을 하는 모든 국민과 함께 저항의 물결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시장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도내 18개 시장·군수 가운데 관사를 쓰는 곳은 삼척시장이 유일하다’라고 주장해 상대 후보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고발돼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1·2심은 ‘김 시장의 발언은 주관적인 의견 표명에 불과할 뿐 후보자 비방이나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지난 13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춘천/박수혁 기자 p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