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어머니의 눈물 사연
2013년 7월11일 전북 전주의 한 장애인 특수학교 교실에서 자율학습 중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여학생(당시 18·지적장애 2급)이 남학생(당시 19·청각장애 1급)을 성폭행했다. 하지만 학교는 여학생이 가정에서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전북도교육청에 냈다. 피해자인 남학생 어머니 권아무개(45)씨는 학교와 전북도교육청에 세차례나 민원을 냈으나 도교육청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사건 발생 1년여가 지난 뒤, 2014년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전북교육청이 특별감사를 했다. 특별감사 결과, 해당 학교 교직원들은 정직 1명, 감봉 3명, 불문경고 2명 같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장학사 등 도교육청 관련자 5명은 주의·경고에 그쳤다. 도교육청은 이 사건을 최근 수사의뢰했다. 지난 20일 피해자의 어머니 권씨를 만나 진상규명을 위해 2년 동안 다니며 느꼈던 심경을 들었다.
피해자 남학생이 가해자로 몰린
2년전 전주 특수학교 성폭력 사건
도교육청 최근 수사의뢰 나서
“우리 애는 청각장애만 있을뿐이에요” -그동안 어떤 점이 안타까웠나? “일부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 가해자 여학생은 지적 장애가 있다고 하지만 경찰에서 제대로 진술했다. 스스로 범죄사실(성폭행)을 시인했다. 또 ‘대책을 논의하고 학생 부모에게 알렸다’고 보도했지만 당시 전혀 알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남자인 우리 아이가 가해자로 둔갑된 상황이었다. 사건이 발생하고 아이가 나에게 ‘엄마 못했어요’(아이가 힘들었을 때 쓰는 표현) 등 내용으로 문자를 보냈다. 그때 아이가 문자를 하지 않았다면 (진실규명을 위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가해자·피해자 없이 그날 다 묻혔을 것이다. 성폭행 문제를 다루는 원스톱지원센터에 신고하면 됐다. 신고도 안 하고 학교 보건실에서 여학생을 검사하고, 산부인과도 데려갔다. 피임약도 강제로 복용시켰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학부모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학교로부터 언제 연락을 제대로 받았나? “사건 발생 후 7일 뒤인 18일에 처음 전화를 받았다. 한 교사가 우리 아이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고 알려줬다.(학교는 도교육청에 7월16일 ‘가정내 성폭력’으로 보고함.) 나는 일주일가량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가해자 엄마를 1년 뒤인 2014년 7월28일 처음 만났다. 가해자 엄마를 만나려고 했으나 학교 쪽에서 의도적으로 못 만나게 했다.” -세차례나 민원을 냈는데, 무엇이 힘들었나? “그동안 도교육청은 내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달리 제대로 감사하지 않았다. 나도 사실 아이의 머릿속에서 이 사건이 지워지기를 바라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사를 의뢰해도 (확인을 위해) 우리 아이를 불러주는 사람도 없고 진전이 없어 답답했다. (사건 발생 2개월이 지난) 2013년 추석 전날에 아이에게 당일 상황을 물었는데 놀랍게도 자세히 기억했다. 도교육청 직원들이 본질을 흐리게 했다.” -아이는 어떻게 지내나? “사건 직후 여름방학이 시작됐고 그때부터 학교를 못 나갔다. 지금도 학교 얘기만 나오면 심리적 충격을 받는다. 안 보내고 싶었다. 성폭력 매뉴얼을 보다가 ‘성폭력 피해자는 결석한 일수만큼 수업일수가 채워져 졸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교육청에 요구해 올해 3월 졸업장을 받았다. 아이는 청각장애만 있을 뿐 혼자서도 잘한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2년전 전주 특수학교 성폭력 사건
도교육청 최근 수사의뢰 나서
“우리 애는 청각장애만 있을뿐이에요” -그동안 어떤 점이 안타까웠나? “일부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 가해자 여학생은 지적 장애가 있다고 하지만 경찰에서 제대로 진술했다. 스스로 범죄사실(성폭행)을 시인했다. 또 ‘대책을 논의하고 학생 부모에게 알렸다’고 보도했지만 당시 전혀 알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남자인 우리 아이가 가해자로 둔갑된 상황이었다. 사건이 발생하고 아이가 나에게 ‘엄마 못했어요’(아이가 힘들었을 때 쓰는 표현) 등 내용으로 문자를 보냈다. 그때 아이가 문자를 하지 않았다면 (진실규명을 위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가해자·피해자 없이 그날 다 묻혔을 것이다. 성폭행 문제를 다루는 원스톱지원센터에 신고하면 됐다. 신고도 안 하고 학교 보건실에서 여학생을 검사하고, 산부인과도 데려갔다. 피임약도 강제로 복용시켰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학부모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학교로부터 언제 연락을 제대로 받았나? “사건 발생 후 7일 뒤인 18일에 처음 전화를 받았다. 한 교사가 우리 아이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고 알려줬다.(학교는 도교육청에 7월16일 ‘가정내 성폭력’으로 보고함.) 나는 일주일가량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가해자 엄마를 1년 뒤인 2014년 7월28일 처음 만났다. 가해자 엄마를 만나려고 했으나 학교 쪽에서 의도적으로 못 만나게 했다.” -세차례나 민원을 냈는데, 무엇이 힘들었나? “그동안 도교육청은 내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달리 제대로 감사하지 않았다. 나도 사실 아이의 머릿속에서 이 사건이 지워지기를 바라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사를 의뢰해도 (확인을 위해) 우리 아이를 불러주는 사람도 없고 진전이 없어 답답했다. (사건 발생 2개월이 지난) 2013년 추석 전날에 아이에게 당일 상황을 물었는데 놀랍게도 자세히 기억했다. 도교육청 직원들이 본질을 흐리게 했다.” -아이는 어떻게 지내나? “사건 직후 여름방학이 시작됐고 그때부터 학교를 못 나갔다. 지금도 학교 얘기만 나오면 심리적 충격을 받는다. 안 보내고 싶었다. 성폭력 매뉴얼을 보다가 ‘성폭력 피해자는 결석한 일수만큼 수업일수가 채워져 졸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교육청에 요구해 올해 3월 졸업장을 받았다. 아이는 청각장애만 있을 뿐 혼자서도 잘한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