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면적 25배’ 22곳 72.2㎢
경기도·지자체, 특별법에 따라
기업·대학 등 유치 안간힘 썼지만
인프라 열악·땅값 비싸 모두 무산
접근성 좋은 의정부 일부 지역도
공원·도로 등 지자체 주도 개발뿐
경기도 “정부 차원 과감한 지원을”
경기도·지자체, 특별법에 따라
기업·대학 등 유치 안간힘 썼지만
인프라 열악·땅값 비싸 모두 무산
접근성 좋은 의정부 일부 지역도
공원·도로 등 지자체 주도 개발뿐
경기도 “정부 차원 과감한 지원을”
낙후된 경기북부지역의 발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주한미군 공여지가 반환된 지 10년이 다 되도록 민간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대부분 빈터로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 공여지는 한국 정부가 미군에 공여(供與)해 주한미군이 사용권이 있는 땅으로, 미군 기지와 시설, 훈련장 등을 말한다.
경기북부 미군기지들은 2004년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 재협정에 따라 경기 평택으로 이전·통합이 추진되면서 2005년 동두천 캠프 짐볼스를 시작으로 동두천 2곳, 의정부 5곳, 파주 6곳, 하남·화성 각각 1곳 등 15곳이 2007년까지 모두 반환됐다.
경기도에서 활용이 가능한 반환 대상 공여구역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25배인 22곳 72.2㎢에 이르며, 아직 미반환된 동두천 캠프 케이시와 호비·헬리포트·캐슬(올해 일부 반환), 의정부 캠프 스탠리·레드클라우드·잭슨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오염정화작업까지 마쳐 즉시 활용이 가능한 상태다.
경기도와 각 지자체들은 2006년 제정된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공여구역특별법)에 따라 발전종합계획을 세우고 반환 공여지에 기업·대학 등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였지만, 접근성이 좋고 부지 규모가 적은 의정부 일부를 빼고는 모두 불발에 그쳤다. 의정부지역도 경기북부 광역행정타운과 학교·공원·도로 용지로만 활용돼, 산업단지 조성이나 도시개발 등 민간투자는 10년째 단 한건도 성사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공여지 주변지역 개발에 숨통을 틔워준 지방대학 캠퍼스 조성사업마저 비수도권지역의 반발로 지방대학 이전·증설을 금지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경기북부지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적용을 받아 공여구역특별법이 아니면 대학이 들어설 수 없으며, 학생 대비 대학 수용 비율이 전국 최저 수준이다.
■ 파주 “기업에 사업 선택권 준다” 파주지역 미군 공여지는 이화여대·서강대·국민대 등 서울 소재 대학의 캠퍼스 유치가 추진됐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비싼 땅값 등 탓에 모두 무산된 뒤 지지부진한 상태다. 공여구역 6곳 174만㎡가 반환된 파주는 캠프 에드워즈·자이언트·게리오언·스탠턴 등 4곳이 8년째 텅 빈 상태로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조리읍의 캠프 하우즈는 도시개발을 위한 민간투자협약이 이뤄졌으나 시공사의 부도로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다. 민통선 안 캠프 그리브스에는 경기도가 역사공원을 조성중이며, 캠프 에드워즈 터 일부에는 한국폴리텍대학 캠퍼스가 들어설 참이다.
파주시는 부진한 공여지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사업 자유제안 공모’ 카드를 빼들었다. 다음달 14~18일 사업제안서를 받아 올해 안에 투자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공모 대상지는 공여지 4곳 87만8729㎡와 주변지역 190만㎡, 파주읍 옛 파주프로젝트 부지 369만㎡ 등 모두 647만㎡다.
파주시는 앞서 2013년 교육·연구시설용으로 제한된 발전종합계획에 도시개발·산업단지 용도 추가를 신청해 올해 초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받았다. 한경준 정책홍보관은 “대학 유치가 무산된 뒤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아 기업이 원하는 사업을 제안받기로 했다. 분야를 국한하지 않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월롱면의 한 주민은 “국방부와 파주시는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다리지만 말고 토지비용을 줄여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동두천 “용산·평택 준하는 특별법 제정을” 1951년부터 시 면적의 42%(40.63㎢)에 미군이 주둔해온 동두천지역은 미군기지로 인해 지역 이미지 손상과 경제적 피해를 가장 심하게 입은 곳으로 꼽힌다. ‘기지촌’이란 오명 속에 서비스업종이 63%나 차지하지만 지속적인 미군 감소로 관련 업소 절반가량이 휴·폐업 상태다. 경기도 내 재정자립도 꼴찌인 동두천시는 도심의 캠프 케이시 터에 대기업과 외국 대학·연구단지를 유치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했으나, 지난해 10월 한미안보협의회에서 210화력여단이 주둔하는 캠프 케이시·호비를 2020년까지 잔류시키겠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해 시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동두천시와 의회·시민들은 215일 동안 미군기지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국방부는 최근 상패동 33만578㎡에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한 뒤 추후 분양 가능성을 따져 99만1735㎡로 확대하겠다는 지원 방안을 내놨다. 또 지난 3월 일부 반환된 캠프 캐슬에 동양대 캠퍼스를 조성하고, 캠프 님블에는 군 관사(322가구)를 짓기로 했다.
동두천시는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공여지 일부 개발로 한숨을 돌렸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기업 입주를 위해선 분양값 인하가 불가피한데 시의 가용재원이 연간 200억원에 불과해 자체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방숙경 공여지개발팀장은 “국비 지원 없이는 5년 뒤 캠프 케이시와 호비가 반환돼도 걱정”이라며 “서울 용산이나 평택에 준하는 동두천지원특별법을 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두 공여지의 토지매입비는 총사업비의 66.8%, 113.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 의정부 “공원·학교 개발 순조” 의정부지역은 2007년 캠프 홀링워터와 라과디아, 카일·시어스, 에세이욘 등 5곳 77만1830㎡가 반환됐으며 이 중 66만4200㎡(86%)에 대한 활용계획이 확정돼 40건의 사업이 추진중이다.
캠프 시어스와 카일(26만㎡)에는 2009년 경기북부 광역행정타운 조성이 시작돼 2012년 9월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입주를 시작으로 의정부소방서 등 10개 기관 입주가 확정됐다. 금오동 캠프 에세이욘에는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가 지난해 12월 들어섰고, 을지대 캠퍼스와 부속병원이 11월 착공해 2018~2019년 문을 열게 된다. 캠프 라과디아에는 의정부경찰서~흥선광장을 잇는 790m의 도로가 개통됐다.
의정부시는 2016년 이후 반환 예정인 캠프 레드클라우드와 스탠리, 잭슨의 활용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미군 2사단 사령부가 자리한 캠프 레드클라우드는 안보와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시설물을 보존하고 국가사업으로 세계적인 안보 테마 관광단지로 꾸밀 계획이다. 건국대 유치가 무산된 캠프 스탠리와 잭슨은 도시개발 용역이 진행중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서울에 가깝고 접근성이 좋아 시 주도 개발사업이 3분의 2가량 진척을 보이고 있다. 금오동 일대 3개 기지 터에 공공기관과 대학, 병원이 입주하면 주민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도 “북부지역에 과감한 지원을” 경기도는 북부지역 미군 공여지에 대한 민간투자가 안 이뤄진 이유는 개발수요가 적고 인프라가 열악해 돈벌이가 안 되기 때문이라며,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을 주문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공여구역특별법 제정으로 개발 기대감이 컸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비싼 땅값과 각종 규제로 민간자본이 경기북부에 투자할 매력을 못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겸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60년 동안 피해를 입어온 경기북부지역 기업 유치를 위해 정부가 공여지 땅값을 과감하게 지원해줘야 한다. 통일시대를 대비한 남북교류협력 전초기지인 만큼 용산과 평택에 준하는 제도적 지원과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미군 공여구역은 모두 51곳 211㎢로, 전국 공여구역(93곳 242㎢)의 87%를 차지한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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