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여자화장실에서 몰래 사진을 찍은 대학생이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전주지법 형사4부(재판장 박헌행)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전북지역 한 대학생 권아무개(2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과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형의 선고를 유예(선고유예)했다고 1일 밝혔다.
권씨는 지난해 9월18일 0시40분께 전북의 한 대학교 여자화장실에서 화장실 칸막이 위로 손을 뻗어 휴대전화 카메라로 용변을 보던 ㅇ(19)양을 찍은 혐의로 기소됐다. 권씨는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자 “카메라에 피해자의 신체 영상정보가 입력되지 않아 법리 오해가 있다”며 항소했다. 실제로 권씨가 촬영한 사진은 전체가 검은색으로 나와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권씨는 “사진에 아무 것도 안 나와 바로 삭제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권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권씨가 ㅇ양의 신체를 촬영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권씨가 손을 뻗어 카메라 셔터를 누른 행동이 ㅇ양의 신체 촬영을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위라고 판단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미수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피해자의 모습을 촬영하려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 하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합의한 피해자가 처벌을 바라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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