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현황 녹화’ 독소계약 강요
문제 있다며 서명 미루자 해임
문제 있다며 서명 미루자 해임
회계·세무 특성화대학으로 2004년 경기도 파주에 문을 연 웅지세무대학이 설립자의 일방적인 학교 운영을 비판한 교수협의회 전·현 의장 등 교수 4명에게 절차를 무시한 채 재임용 취소를 통보해 논란을 빚고 있다.
9일 웅지세무대 교수협의회와 학교 쪽의 말을 종합하면, 학교는 지난달 27일 재임용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신호 회장(세무행정과 조교수) 등 교수협 소속 4명의 재임용을 취소했다. 해당 교수들은 재임용 계약서 가운데 ‘강의 현황을 녹화하는 데 동의한다’, ‘본계약서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은 임용권자가 정한다’ 등 일부 조항이 문제가 있다며 협의를 요구했지만, 학교는 이를 거부하고 징계 절차를 밟았다.
지 교수는 “학교 쪽이 2학기 수강신청 기간이던 지난달 계획된 강의를 취소하고 강의 미배정 교수로 공지해 명예를 훼손했다. 특히 1년 재임용 계약을 요구받은 김아무개 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로부터 재임용 단축처분 취소 결정을 받은 다음날 사실상 해임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재임용 취소처분 무효 확인을 청구했다. 이들은 “교수 재임용은 사립학교법, 법인 정관에 따라 계약만료일 두달 전(1월31일)에 마무리돼야 하는데, 학교는 넉달이 지난 6월초에야 재임용 계약을 요구했다. 학교에 비판적인 교수협을 와해시키기 위해 노예계약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 설립자인 송상엽(50) 전 이사장은 2008~2013년 교비 108억원을 횡령해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확정판결을 받고도 주 15시간씩 강의에 나서 교수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립학교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전임교원은 강의를 할 수 없다. 또 비리에 공모해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이아무개 사무처장은 최근 신설된 학생상담센터 소장직까지 겸하고 있다.
교수협의회는 교육부 대학평가에서 4년 연속 최저수준 등급을 받자 지난해 11월 교수 34명이 서명한 ‘학교를 살리기 위한 건의서’를 보내는 등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촉구해왔다.
학교 관계자는 “(재임용과 관련해)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은 인정하며 소청 결과에 따라 대응하겠다. 전 이사장의 경우 시간강사 신분이어서 강의하는 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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