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대법 판결 앞두고
시청 근처 병원 창구에 탄원서 비치
시의원·통장도 주민들에 서명받아
시장쪽 “자발적으로 하는 것” 해명
시청 근처 병원 창구에 탄원서 비치
시의원·통장도 주민들에 서명받아
시장쪽 “자발적으로 하는 것” 해명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둔 박경철(59) 전북 익산시장에 대한 구명운동이 은밀하게 진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익산시청 근처 한 병원의 접수창구에는 박 시장을 구명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가 비치됐다. 탄원서에는 ‘시민이 뽑은 박경철 시장이 임기를 다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탄원인 명부에는 성명, 주소, 직업, 전화, 서명 등의 빈칸이 있고, 가장 밑에는 ‘대법원 제3부 대법관님’이라고 써져 있다.
당일 서명한 이아무개씨는 “병원에 서명부가 비치돼 있는데다, 먼저 서명한 사람도 있어서 또다시 선거를 하면 시민 돈이 많이 들어갈 것으로 판단해 서명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병원 쪽은 15일 “이제 서명부가 없다. 원장님은 통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익산 북부 농촌지역을 지역구로 둔 한 시의원도 100여명한테서 구명을 위한 서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의원이 서명받은 명부도 병원에 비치된 것과 양식이 같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의원은 “우리들은 현실적으로 움직인다”며 사실을 시인하고 전화를 바로 끊었다.
시내권인 삼성동 지역에서도 탄원서가 나돌았는데 역시 같은 양식이었다. 이곳에서는 일부 통장이 서명을 받고 다니는 바람에 탄원을 주도하는 인물이 공무원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우리 단체에 접수된 제보를 보면 동장이 통장들을 대상으로 목표치까지 할당하는 방법이 동원되고 있는 것 같다. 시에서 주도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치밀하게 진행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에는 벌써 수천명이 서명한 탄원서가 지난 8월27일, 8월31일, 9월1일, 9월3일, 9월8일 등 최근에 집중적으로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형택 시의원은 “대법원이 선거법의 권고사항인 3개월이 넘도록 선고를 하지 않아 익산 지역·공직사회가 이래저래 혼란스럽다. 빨리 판결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 쪽은 “여러 사람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다. 공식적인 시정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얘기할 부분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희망제작소가 선정한 ‘희망후보’라고 기자회견을 하는 등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1심과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상고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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