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용 가설 건축물 94동
횡성군, 소송끝 되찾아 강제집행
‘경제 살린다’는 환상 물거품으로
횡성군, 소송끝 되찾아 강제집행
‘경제 살린다’는 환상 물거품으로
강원 횡성의 드라마 <토지> 세트장이 11년 만에 행정대집행을 통해 사라진다. 수십억원의 예산이 지원됐지만 그동안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미미해 드라마세트장 유치 열풍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횡성군은 22일 우천면 두곡리 <토지> 세트장 27필지의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가설건축물 94개 동을 철거하는 것으로 단일 사업으로 보면 강원도 역대 최대 규모의 행정대집행이다. 공무원, 소방·전기 등 관련 분야 관계자 150여명, 덤프트럭 등 장비 21대가 투입됐다. 소요 예산만 3억여원에 이르며, 횡성군은 이후 세트장 사업자 쪽에 철거 비용 등을 청구할 참이다.
전국 드라마세트장 열풍의 대표 격인 <토지> 세트장이 철거되는 것은 횡성군이 철저한 검증 없이 장밋빛 전망만 믿고 세트장 유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횡성군은 2004년 에스비에스(SBS) 대하드라마 <토지> 촬영을 위해 우천면 두곡리 28만4000㎡ 터를 매입하고 기반시설을 마련한 뒤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사업자에게 되팔기로 협약했다. 군은 군비 24억원, 민자 941억원을 포함해 모두 980억원을 들여 2010년까지 세트장과 가족호텔, 식물원, 연수원, 실버하우스 등을 건립할 거창한 계획도 내놨지만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군은 애초 수의계약으로 터를 사업자 쪽에 팔려 했지만 공유재산관리법이 개정돼 매각할 길이 막히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군과 사업자 쪽은 2007년부터 법정 다툼을 벌였으며, 군이 최근 계약 무효 소송 끝에 군유지를 돌려받게 되면서 결국 철거에 들어갔다.
이대균 횡성군의원은 “<토지> 세트장에 투입된 예산은 토지매입비·기반시설비 등 43억원에 달한다. 마치 세트장만 유치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뛰어들었다. 횡성군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횡성군청 관계자는 “10년 이상 끌었던 <토지> 세트장 문제가 이번 철거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앞으로 부지가 정리되면 관광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받아 지역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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