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하고 직장 못 구한 20대 여성이
“하느님, 취업 되게 해주세요” 절규한 것
“하느님, 취업 되게 해주세요” 절규한 것
24일 새벽 2시11분께 부산지방경찰청 112지령실에 “부산 남부 황령산 정상 봉수대 근처 산속에서 젊은 여성의 ‘살려달라’는 비명 소리가 들린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부산 남부경찰서 등 황령산 근처의 3개 경찰서의 당직 형사와 112타격대 등 경찰관 70여명이 현장에 다급하게 출동했다. 경찰관들은 산을 2시간 넘게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 23일부터 내린 비 때문에 수색은 더 힘들었다.
경찰의 수색이 한창일 때 황령산 근처에 난 길로 차량 1대가 지나갔다. 차량 안에는 20대 여성 4명이 타고 있었다. 수색에 참여한 한 경찰관이 “비명소리를 들은 적 있느냐”고 물었지만, 이들은 “못들었다”고 대답한 뒤 길을 따라 산 아래로 내려갔다.
경찰은 차량을 운전했던 이아무개(26·여)씨를 설득해 이씨와 함께 있던 김아무개(28·여)씨가 비명을 지른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의 말을 들어보면, 대학을 졸업한 김씨 등 4명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힘들어 했다. 이들은 머리를 식히려고 전날 밤 늦게까지 놀다가 이날 새벽 황령산 정상에 올라갔다. 김씨는 “하느님, 취업 좀 되게 해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하듯 소리를 내질렀다. 당시 황령산 정상 근처에서 산책 중이던 최아무개(21)씨가 김씨의 소리를 듣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김씨는 경찰관에게 “소리를 지른 것이 부끄러워 처음에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부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걱정했던 강력 사건이 아니라 다행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게 돼 씁쓸하다”고 말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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