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들에 알리지 않고 직권합의
5개 공기업 노조 타결에 기폭제로
민주노총 “상급단체 지침 위반” 비판
위원장 “버티기 어려워…징계받겠다”
5개 공기업 노조 타결에 기폭제로
민주노총 “상급단체 지침 위반” 비판
위원장 “버티기 어려워…징계받겠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복수노조로 있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조가 대구시 산하 공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노조는 지역 공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상급단체가 있어 임금피크제 도입에 가장 저항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29일 대구시와 노동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구도시철도공사와 대구도시공사, 대구시시설관리공단, 대구환경공단, 대구 달성군시설관리공단 등 시 산하 전체 공기업 5곳의 노조는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경영진과 합의했다. 전국에서 지방자치단체 산하 모든 공기업의 경영진과 노조가 임금피크제에 합의한 것은 대구뿐이다.
이는 지난 21일 대구도시철도공사(사장 홍승활)의 양대 노조인 민주노총 산하 대구지하철노조(위원장 이승용)와 한국노총 산하 대구도시철도노조(위원장 윤종박)가 가장 먼저 임금피크제에 합의해준 데서 비롯됐다. 이튿날인 지난 22일에는 대구도시공사와 대구시시설관리공단이, 25일에는 대구환경공단과 달성군시설관리공단 노조가 임금피크제에 합의했다. 이들 4곳에는 상급단체가 없는 독립노조가 있다.
민주노총 산하인 대구지하철노조가 임금피크제에 가장 먼저 합의해준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3일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 노사정 4인 대표가 해고 요건 완화와 임금피크제 도입 등에 합의한 뒤 민주노총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는 한국노총 대구본부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은 반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크게 반발해왔다. 대구지하철노조 이승용 위원장은 이번 합의 과정에서 미리 대의원이나 노조원들에게 임금피크제 도입을 알리지 않고, 직권으로 경영진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로 현재 정년이 만 60살인 대구시 산하 공기업들은 앞으로 정년을 3년 앞둔 시점부터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게 된다. 매년 적게는 8%, 많게는 30%까지 임금이 삭감된다. 앞으로 5년 동안 산하 공기업 직원 203명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아 29억3500만원의 인건비가 줄어든다. 대구시는 이렇게 절약한 인건비로 5년 동안 73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신규 직원의 평균 연봉은 1800만~3000만원 정도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대구지하철노조 이 위원장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의 지침과 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 결의를 어기고 임금피크제에 합의했다. 합의를 인정할 수 없으며 이 위원장에 대해 중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강하게 임금피크제를 밀어붙이고, 복수노조로 있는 한국노총이 경영진과 먼저 합의하면서 버티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임금피크제 합의는) 내가 잘못한 것이라서 징계를 받겠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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