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총장 간선제 압박에 맞서 대학 민주화를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현철(54·국문학과) 부산대 교수를 추모하는 교내 펼침막과 대자보를 훼손한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6일 고 교수 추모 펼침막에 낙서를 한 혐의(재물손괴)로 박아무개(45)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지난달 30일 새벽 3시50분~5시10분 페인트로 부산대 학내에 설치된 펼침막 36개와 대자보 2장에 ‘자살공격 악령사기 OUT’ ‘외적독재용 직선노예제 OUT’ 등을 낙서해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말을 들어보면, 박씨는 부산대 89학번 제적생으로 2년 전부터 학내에서 노숙하고 있다. 그는 학내 테니스장 주차장 1층 보관함에 자신의 물건을 넣어뒀는데, 이 보관함에서 박씨가 범행 당시 사용했던 스프레이 페인트와 청바지, 운동화, 장갑, 우산, 마스크, 랩톱 컴퓨터 등이 발견됐다. 또 박씨 휴대전화 메모장엔 펼침막에 적힌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폐회로텔레비전과 대학 구성원의 제보를 통해 박씨를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아 박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압수 물품의 디엔에이(DNA) 검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는 “펼침막에 낙서를 하지 않았고, 보관함에 있던 물건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대에 설치된 펼침막에는 ‘고 고현철 교수님의 뜻을 지키겠습니다’ ‘민주주의 상징 총장직선제를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등 총장 직선제를 지키고 대학 민주화를 이뤄내자는 내용이 적혀 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