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회 사전동의 없는 ‘처분’ 발동
광역상수도 예산 6억원 사용 결정
의회 “긴급사항 아니다” 안건 부결
광역상수도 예산 6억원 사용 결정
의회 “긴급사항 아니다” 안건 부결
전북 익산시가 가뭄에 따른 급수 차질을 이유로 광역상수도 예산 선결처분을 발동하자, 의회와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박경철 익산시장은 지난 5일 일종의 비상사안을 다룰 때 사용하는 예산 선결처분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광역상수도 도입을 위한 용역비 4억원과 시청사 안전진단·보수비 2억원 등 6억원을 의회 동의 없이 선결처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물 부족을 해결하고 안전한 식수를 공급하려면 (전북 진안 용담댐이 상수원인) 광역상수도로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번 가뭄으로 이달 12일부터 수돗물 급수량을 10% 줄이고, 19일부터 공급량을 20%까지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현 지방자치법(109조)은 주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긴급하게 필요한 사항으로 의회를 소집할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의회에서 의결이 지체됐을 때 지방자치단체장이 예산을 먼저 쓰도록 결정하는 선결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회에 지체 없이 보고해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을 얻지 못하면 효력을 바로 상실한다. 전북지역에서 선결처분 발동은 처음이다.
시의회는 7일 산업건설위와 기획행정위에서 선결처분 안건을 각각 부결시켰다. 산업건설위는 “광역상수도 도입이 긴급하지 않은데도 선결처분했다”며, 기획행정위는 “2014년 시청사 정밀진단 때 C등급(미흡)을 받아 긴급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각각 승인을 반대했다. 임형택 의원은 “시장의 선결처분이 주민의 생명·재산 보호를 위한 긴급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가뭄을 틈탄 초법적 발상으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익산참여연대는 “어떻게 용역과 공사비 예산이 시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승인을 얻지 않고 진행해야 할 만큼 긴급한 사항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광역상수도 전환 문제는 시민의 경제적 부담과 안전성에 관한 문제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익산시는 자체 상수원을 통해 60%를 공급하고, 나머지 40%를 용담댐에서 수급받고 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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