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연결해서 사물을 본떠 그리는 카메라.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면서 무음으로 몰래카메라를 찍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이를 음란사이트에 배포한 20대 프로그래머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이아무개(28)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이씨가 배포한 앱을 내려 받아 지하철역이나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강아무개(23)씨 등 3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정보통신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해 온 이씨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자신이 개발한 몰래카메라 앱을 음란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배포하면서 앱 이용자들이 찍은 사진을 자신이 관리하는 서버로 몰래 전송되도록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앱을 통해 몰카 1천여장을 직접 찍었으며, 앱 이용자들이 찍은 몰카 사진 4천여장을 자신의 서버로 전송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몰카 앱을 일반 인터넷 앱처럼 보이려고 휴대전화 바탕화면에 ‘브라우저(browser)’라는 이름으로 저장되도록 했으며, 앱이 활성화되면 인터넷 뉴스 화면이 뜨고 무음으로 촬영되도록 만들어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했다. 또 사진을 찍으면 사진첩이 아닌 휴대전화 내 다른 파일에 저장되도록 설정해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없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해당 앱을 만들고 배포한 행위 자체는 현행법상 문제가 되진 않지만, 자신이 개발한 앱으로 몰카를 찍고 앱 이용자들이 찍은 사진을 몰래 서버로 전송받았기 때문에 사법처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배포한 앱을 내려 받은 이용자가 400명 가량인 것으로 추정하고, 실제로 몰카를 찍은 이용자들이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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