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했다고 속여 결혼 약속을 받아낸 뒤 결혼식 당일 8000만원 상당의 예물 등을 챙겨 사라진 40대 사기결혼 피의자가 한달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 강릉경찰서는 결혼하겠다고 남자를 속인 뒤 예물을 챙겨 달아난 ㄱ(41·여)씨를 사기 및 횡령,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 1월부터 8개월 동안 ㄴ(40)씨와 경남 거제에서 동거생활을 하다 쌍둥이를 임신했다며 결혼 약속을 받아낸 뒤 부모를 대동해 상견례까지 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상견례 자리에 나왔던 부모는 대행 아르바이트를 통한 가짜였고, 쌍둥이 임신 초음파 사진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가짜로 확인됐다.
ㄱ씨는 또 ㄴ씨에게 자신이 서울의 명문여대를 졸업한 교사로 부산의 한 호텔 사장의 딸이고 속였으며, 이름과 나이 등도 전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는 ㄴ씨를 속이려고 명문여대 기념품을 구입하고 가짜 쌍둥이 초음파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태연하게 올리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ㄴ씨는 ㄱ씨가 결혼식 당일 식장에 나타나지 않자 뒤늦게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ㄱ씨가 다수의 동종 전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피해자 확산을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려 거제도와 서울 등에서 한달 동안 추적 수사를 벌였다. 또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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