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로부터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당해 문제를 공론화한 학생들은 여러 가지 2차 피해에 노출된다. 성폭력 피해자가 사회로부터 억압받고 있음을 표현한 거리공연 모습. 한겨레 김태형 기자
강원도내 대학생 2명 가운데 1명이 성적농담이나 신체접촉, 술따르기 강요, 성적경험 공개 질문 등 일상적인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은주 상지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는 29일 오후 강원대에서 강원여성연대 주최로 열린 ‘강원지역 대학내 성폭력 실태조사 발표 및 토론회’에서 “응답자 557명 가운데 47.6%인 265명이 성희롱 등 성폭력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강원도내 4년제 대학 3곳 남·여 재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5~6월 설문지 방식으로 실시됐다.
그는 “성별로 분류해보면 피해 학생 가운데 여학생이 55.1%(163명), 남학생이 39.1%(102명)로 여학생 비율이 높지만 남학생 사례도 꽤 된다. 이는 대학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이 성별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성희롱·성폭력의 주요 행위자는 동기 및 선후배(58.4%)가 가장 많았고 이성친구(15.4%), 동아리 동기 및 선후배(10.9%) 등의 순이며 교수에 의한 피해 사례도 3.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은주 교수는 “응답 학생 가운데 절반 가까이 성희롱 등의 피해를 겪고 있지만 ‘관계를 망칠까하는 두려움’이나 ‘불이익이나 공격을 당할까하는 두려움’ 등의 이유로 적극적인 대처를 못하고 있다. 결국 피해 학생들은 학과나 동아리 활동을 기피하면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자발적 소외를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개선방안으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예방 및 구제조처에 대한 대학 기관장의 책임 명시 △총장 직속 성폭력 조사와 상담을 위한 전담기구 설치와 가이드라인 제시 △성평등 관련 교과목 필수교양 과목 지정 △신입생 오티와 엠티 등의 프로그램에 성폭력 예방교육 제도화 등을 제시했다.
유혜정 강원여성연대 상임대표는 “대부분의 성폭력이 권력과 위계에 의해 발생하듯 대학 역시 교수와 학생간, 선후배간, 남녀간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대학내 성폭력은 학생들의 학업과 성장 뿐 아니라 대학공동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춘천/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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