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4조원에 이르는 다단계 사기를 벌인 조희팔은 수시기관의 묵인과 비호 아래 중국까지 도주하는 데 성공했다. 그나마 재산을 탕진한 피해자들의 모임과 언론의 문제제기가 없었더라면 총체적 국가비리의 일부조차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료사진
수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 사건을 수사했던 전직 경찰관이 돈을 받고 조씨 쪽에 수사 상황을 알려준 사실을 검찰이 이미 3년 전에 확인하고도 기소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지방경찰청은 1일 “전직 경찰관 임아무개(48)씨가 경찰에서 파면된 뒤 조씨의 다단계 업체 전무 직함으로 매월달 500만원씩 임원급 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씨가 조씨에게 수사 진행 사항을 알려주고 변호사 선임에 관여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대구지법 정영식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30일 사기방조죄 혐의로 임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씨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에서 조씨 수사를 담당했다. 그는 조씨를 수사하던 2007년 4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조씨의 다단계 업체 사무실에 도시락을 납품하기도 했다. 임씨는 조씨 사건과 별개로 다른 사람한테서 뇌물을 받았다가 2007년 6월18일 파면됐다. 임씨는 파면 이후인 2008년 8월~2009년 12월 조씨의 최측근 강태용(54)씨의 부탁을 받고 6억원을 숨겨줬다가 2013년 9월6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 임씨는 수사 정보와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2007년 5월부터 2008년 9월까지 강태용으로부터 매월 500만원씩을 송금받았고, 그 외에도 수당과 경비 명목으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씩 수시로 돈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또 “임씨는 도시락 대금 7000만원, 조씨에게 빌려준 6000만원, 다단계 사업에 투자한 2200만원 등 조희팔로부터 3억원을 현금으로 지급받았다”고 나와 있다.
대구지검은 3년 전 수사에서 조씨 쪽과 임씨 사이의 꾸준한 돈거래를 파악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임씨를 기소했다. 경찰도 최근에야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다시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임씨가 조씨의 다단계 업체에 줬던 도움이 미미했던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붙잡힌 조씨의 다단계 업체 재정담당 상무 및 총괄실장인 배아무개(44)씨로부터 임씨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면서 수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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