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 수험생들 ‘원정수능’
경기 가평·연천 40km 이동해야
신안·완도 전날 배타고 목포로
응시생수 따라 고사장 배치 탓
컨디션 위해 이동거리 고려해야
경기 가평·연천 40km 이동해야
신안·완도 전날 배타고 목포로
응시생수 따라 고사장 배치 탓
컨디션 위해 이동거리 고려해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전국 농·산·어촌 수험생들의 ‘원정 수능’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시험 당일 40㎞까지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거리상 강원도로 이동해 시험을 치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교육청은 현재 지자체별로 응시생 수를 고려해 고사장을 배치하고 있지만 이동거리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각 지역 교육청의 말을 종합하면, 전남 신안·완도·여수·진도 등 섬지역 수험생들은 이날 고사장이 있는 목포 등으로 이동해 시험에 대비했다. 전남지역에서 하루 전 원정을 떠난 수험생은 도초고 58명을 비롯해 노화고 34명, 여남고 23명, 하의고 10명, 조도고 4명 등 8개교 184명이다.
도초고 학생과 교직원·학부모 등 7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배를 타고 50㎞ 떨어진 목포로 이동해 한 모텔에서 묵으며 시험에 대비했다. 도초고 이창균 교장은 “하루 전에 집에서 나와 낯선 곳에서 자고 시험을 봐야 해 아무래도 불리하다. 섬에 사는 학생들을 위해 고사장을 따로 설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따로 고사장을 설치하는 데에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수험생들에게 교통비와 숙박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고 학생 80여명은 올해도 50㎞가량 떨어진 강릉으로 ‘원정 수능’을 떠난다. 평창읍에도 고사장이 있지만 강릉이 더 가깝기 때문이다. 진부고 관계자는 “학생들의 불편 때문에 고사장 신설을 요구했지만 어렵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18개 시·군에 44개의 고사장이 마련됐다.
충북 증평군 학생들도 지역 내 고사장이 없어 20㎞ 이상 떨어진 청주시에서 시험을 본다. 보은·옥천·영동·음성·단양 지역도 고사장이 각 한곳씩만 설치돼 시험 당일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한다. 충북에는 고사장 31곳이 설치되지만 이 중 19곳이 청주지구에 몰려 있다.
경기도에서도 가평·연천 지역에 고사장이 두곳만 설치돼 수험생들이 40여㎞나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한 수험생 부모는 “시험 당일의 컨디션이 매우 중요한데 경쟁자보다 잠을 덜 자고 일어나 장거리 이동하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시험 관리 등을 이유로 응시생 수를 고려해 고사장을 설치했다. 수험생들이 공평한 환경에서 수능을 치를 수 있도록 개선안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경만 안관옥 오윤주 박수혁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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