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여중 학생들
“학교 텃밭농사를 통해 친구들과의 협동심, 생명에 대한 소중함, 이웃과의 나눔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의정부여중 학생회장인 고어진(15) 양이 15일 최근 벼와 배추·무 등 농작물을 수확한 소감이다. 3년동안 경험한 학교 생태수업에 대해 그는 이렇게 밝혔다. “농사를 지으며 음악시간에 배운 노래도 부르고, 그림 그리기, 텃밭일기도 쓰면서 얼마만큼 자랐는지 지켜보는 일이 큰 즐거움이었죠. 직접 농사 지은 상추와 고추, 감자, 토마토, 무 등을 집으로 가져가 텃밭이야기를 하며 가족간 대화도 많이 늘었어요.”
의정부여중 학생들이 학교 생태텃밭에서 손수 기른 배추와 무를 수확해 김장 담그기에 나섰다. 이 학교 3학년 200여명은 18~20일께 김장김치를 마을의 혼자 사는 어르신과 저소득가정, 장애인시설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2011년 경기도교육청의 혁신학교로 지정된 의정부여중은 2012년부터 운동장 한편에 500여㎡ 크기의 생태텃밭 ‘한들’을 만들어 전교생이 4년째 생태수업으로 밭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올해는 농사를 처음 배우는 1학년은 1인당 무 2~3개씩, 2~3학년은 학급당 무 36개와 배추 28개씩을 심어 배추 500포기와 무 1천여개를 수확했다.
지난 11일엔 텃밭옆 논(200㎡)에서 수확한 쌀 67㎏로 마을 떡방앗간 협동조합에서 떡 700개를 만들어 전교생과 교직원이 나눠먹었다. 또 지난 7월엔 학교에서 감자·고구마·가지 등 농산물 벼룩시장을 열어 수익금(61만원)을 네팔 지진 어린이돕기에 내놓기도 했다.
이 학교 한지원 기술·가정 교사는 “5월 파종을 시작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벌레는 손으로 잡아내며 목초액과 퇴비만으로 유기농작물을 생산했다. 현장 생태수업이 힘들고 어렵지만 아이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협력하면서 엄마처럼 배추를 보살피는 모습을 보면서 감격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생태교육장이자 마을의 명물로 자리잡은 의정부여중의 텃밭농사는 주로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과학, 기술·가정시간에 이뤄진다. 이 학교는 3년째 ‘생태’를 주제로 한 교과통합형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벼심기에 앞서 쌀 재배 역사를 배우고 모둠별 텃밭 가꾸기 생태일기를 쓰며, 영어·미술·음악 시간에는 텃밭 영어그림책을 만들고 환경 관련 노래를 배우는 식이다. 생태수업은 인성교육·생활지도로 연결돼 이 학교는 왕따와 같은 학교폭력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충익 교장은 “생태수업을 통해 생명존중과 평화를 생각하게 되고 무엇보다 땀 흘려 가꾼 농작물을 나누면서 학교와 마을이 함께 성장할 수 있어 교육적 가치가 크다. 농사에 불만을 가졌던 일부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금은 모두 좋아한다”고 말했다.
의정부/글 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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